그녀의 소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판소리의 성음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득음'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판소리에서의 득음은 말 그대로 "소리를 얻었다"라는 말이다. 득음이 소리를 얻었다는 의미라면 득음이란 더 이상 소리를 얻을 필요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기에 어떠한 명창도 스스로 득음했다고 자평하지 않으며, 소리꾼으로서 득음을 위해 멀고도 험난한 과정을 거친다. 득음을 한다는 것은 인생의 모든 순간들과 감정을 경험하는 경지다. 관객들이 보는 소리꾼은 단순히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재주꾼일지 모르나, 그들은 그 소리를 얻기 위해 고난의 여정을 자처한 사람들이다. 오로지 소리에 미쳐 소리에 살고 죽는 진정한 예인들이다.
국악에는 '기경결해'라는 것이 있다. 맺고, 풀고, 당기고, 조이고. 그 완급 조절을 통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는 것이 바로 소리다. 군더더기 없이 내뱉은 한 소절의 소리로 가슴 깊은 곳까지 쩌릿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소리꾼의 역할이다. 이러한 성음 하나를 위해 소리꾼들은 수십 년을 피를 토하며 자신과 싸운다.
'도리화가'에서 진채선이 노래한 '쑥대머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진채선 역을 맡은 수지는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판소리를 배워 노래했다. 전문소리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역 없이 직접 노래하고 소리꾼을 연기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짧은 기간 중 작품을 만들려다 보니 판소리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쑥대머리'는 춘향이 옥중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이몽룡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대목이다. 영화에 나오는 진채선의 노래는 견디기 힘든 춘향이의 애절한 감정을 담기엔 너무나 곱고 정직하다. 가슴 속 깊이 첩첩이 묵혀 놓은 그리움과 한스러움을 한껏 쏟아내고도 계속되는 춘향이의 감정이 부족하다.
국창이라 불리는 소리꾼들의 소리를 들어보자. "쑥~대~~머리" 한 소절엔 뱃속 깊이 쌓아놓은 한을 끌어올려 내뱉는 애절함, 슬픔은 물론 소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로하는 포근함이 담겨 있다. 이 한 소절에 이미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이 전달된다.
영화 '도리화가'로 판소리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생을 담을 수 있는 진짜 소리가 듣고 싶다면 이번 주말, 이 시대의 진채선과 신재효를 찾으러 국악공연장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이수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으며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 정악을 이수했다. 현재 일본, 중국, 미국 등 24개국에서의 해외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연주뿐 아니라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정부기관의 문화 예술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전통음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주항 '국악은 젊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