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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정보경 안무의 '각시'…각시탈에서 동인 찾은 여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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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정보경 안무의 '각시'…각시탈에서 동인 찾은 여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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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안무의 '각시'
최근 두리춤터 '블랙박스'에서 공연된 임학선댄스위(예술감독 임학선, 성균관대 문행석좌교수) 차세대안무가전에서 정보경(선화예고 강사)은 신작 '각시'를 발표했다. 오리나무로 만들어진 하회탈의 '각시'에서 의미를 부여받은 정보경 안무, 박혜리와의 2인무 '각시'는 소극장 무대에 적합한 '미니멀리즘' 기법으로 동시대적 가치와 시적 묘미를 구현한다.

안무가 정보경에게 포착된 과거의 각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에게도 괴리될 수 없는 운명의 상징처럼 비쳐진다. 감은 듯 가늘고 긴 눈과 입 꼬리가 아래로 쳐진 '각시' 탈은 앞을 바로 쳐다 볼 수 없고 하고 싶은 말을 참기 위해 입을 꾹 다문 의미를 담고 있다. 정보경은 여자의 다양한 역할과 삶을 상징하는 도구로 나무로 빚은 소인형들을 무대의 좌우, 정면에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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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안무의 '각시'
1장: 자궁 속의 연(緣), 두 여자가 등을 맞대고 땋아 내린 머리가 묶여졌다가 갈라지는 것은 자궁 속에서 어미의 탯줄을 끊고 나오는 여자 아이의 이미지이다. 안무가는 철학적 상위의 요나 콤플렉스나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을 우회한다. 해학의 기운에서 구음(口音)이 가볍게 피고, 춤은 한국적 정서로 춤 단편의 '여자의 일생'을 낭만의 서(序)로 출발한다.

2장: 여성의 삶, 가르침과 다스림의 연지곤지를 양 볼에 바른 각시가 혼례의 예(禮)를 올리면서 제2의 여자의 삶이 시작된다. '창부타령'에 맞춰 유연과 빠른 손발 동작으로 경쾌하고 코믹함을 견지하던 춤은 여자로 살아가면서 정상의 비정상인 예술가(창부, 광대, 춤꾼)들이 겪게 되는 모든 에피소드 들을 담아낸다. 압축과 생략의 여인의 삶은 비교적 자유롭고 호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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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안무의 '각시'
3장: 살아감의 희망, 무겁게 눌러 앉은 세상의 어둠이 있을지라도 여자는 스스로를 개척해야한다. 침묵과 춤이 없는 공간이다. 여인은 인형을 넘어뜨린다. 힘과 차별적 묘사로써 구사된 여인(정보경)의 독무는 무대를 둘러싼 인형들을 통해 쓸쓸하고 외로운 여인의 삶이 아니라 현실을 타개하고 미래를 향해 현실의 난제를 해결해내는 강한 여인의 모습을 보인다.

부커 워싱턴의 말처럼 '책임감을 부여하고 신뢰하는 것만큼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 정보경이 자신의 마음의 책으로 여긴 '각시'는 여성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마멀레이드처럼 부드럽지만 그 아름답고 부드러움이 혁명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시대의 '각시'는 인내와 부드러움만 지닌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각시'의 삶, 그 긍정적 메시지에 담긴 '각시'는 깊은 사고에서 추출한 경쾌한 소극(笑劇)을 닮아있지만, 관객들은 웃지 못한다. 안무가는 비슷한 춤 마음과 모습의 상대 춤꾼(박혜리)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작곡가 고지인은 '창부타령' 전후에 자신의 목소리와 피아노의 선율로써 여성 본연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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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안무의 '각시'
정보경은 한국적 창작무용을 지향하면서 '동행'과 '우리', '고마움'과 '성숙'에 대해 고민해온 안무가이다. 그녀는 현대적 몸짓에 한국 고유 정서를 담아 동시대의 한국창작춤의 속도가 아닌 방향성을 모색하면서, 관객과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을 시도하였다. 그녀는 마음이 뜨거운 날, 요란한 구호나 함성없이 생각하는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각시'는 삶에서 자신을 가두는 무엇을 마주했을 때 거기로 부터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안무가는 원심성과 구심성의 조율, 상징성과 기호를 춤 전개에 적절히 활용하면서 춤 자체의 즐거움과 우화, 허구, 신화를 떠난 춤의 옹호와 교훈적 시사를 공유한다. '각시'는 독창적 사유의 공간을 제시함과 아울러, 이 시대와 친숙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