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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김미숙 안무의 '시월애'…남도에 고(告)한 우리 춤의 고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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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김미숙 안무의 '시월애'…남도에 고(告)한 우리 춤의 고운 자태

지난 10월 7일 오후 7시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 펼쳐진 김미숙(김미숙하나무용단 단장) 안무의 전통 무용공연 '시월애'는 '사랑, 풍요, 그리움, 바람'을 불러오고 있었다. 비 내리는 남도 진도의 깊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공연장은 그 자체로써 무대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진도까지의 여정은 공연 못지않은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도 이동은 이루어졌다.

1999년 창단된 김미숙하나무용단은 제13회 전국무용제 금상 수상(2005), 제16회 전국무용제(2007) 대통령상을 수상한 무용단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김미숙과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무용단은 이번 진도 공연에서 김미숙만의 춤 빛으로 전통 무용과 한국 창작 무용을 동시에 맛보게 하며 우리 춤의 예술성과 확장성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통무용 부문의 특성상 자신의 창의력을 좀처럼 들어낼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미숙은 제39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장원, 제33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특별예술가상, 제23회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명인부 대통령상 수상으로 안무가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남도의 빛깔과 춤 결을 살리는 김미숙은 목포 출신으로 조선대(박사)에서 무용을 전공하였다.

여명의 빛이미지 확대보기
여명의 빛

김미숙은 스승인 정영례(전 목포시립무용단장), 강선영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시월애』는 이현주, 문희철, 변재진의 독무와 단원들의 군무로 짜여 진다. 그녀는 대표작인 ‘회소곡’ 소재의 『회·소』와 인간의 서정적 감성을 자극하는 『꽃·비』로 깊은 인상을 준 바 있다. 김미숙의 심성과 춤 결을 읽게 해주는 징표 중의 하나는 자신이 구성한 안무작의 편제이다.

그녀의 남도 공연은 1. ‘여명의 빛’ 2. ‘사랑가’ 3. ‘태평무’ 4. ‘부채춤’ 5. ‘이매방류 살풀이 춤’ 6. ‘대금 산조춤’ 7. ‘소고춤’으로 구성되었다. 화평과 기원을 추구하며, 멋과 맛의 일품을 보여준 공연은 출연진들의 노력, 작품을 해석해내는 풍부한 상상력, 과감한 비주얼 구축으로 심도 깊은 수준의 희노애락을 담아내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사랑가이미지 확대보기
사랑가

잘 잘려진 레퍼토리의 춤을 감싸는 빛과 음악, 출연진의 면면은 작품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독무를 담당한 이현주(전 국립무용단 수석단원, 한양대 무용과 겸임교수), 문희철(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이매방류) 이수자, 한양대 무용과 겸임교수), 변재진(국립민속국악원 준단원)은 감출 수 없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홍수정(국립무용단 인턴)을 비롯한 서나영, 김정미, 정은희, 김현우의 군무는 조합과 진법, 다양한 개성있는 수사로 지역 공연예술의 화려한 서막을 여는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들의 춤은 클래식한 규범을 지키면서도 절제되고 단순화되었으며 현대적 풋풋함을 보여주면서 좌절의 시대에 희망을 불러 왔다.

'시월애'에 대한 인상, 자신들 스스로를 추스르며, ‘여명의 빛’은 군무(6인무)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왕과 왕비가 주도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춤이다. 그들은 비교적 복잡하고 까다로운 장단을 견뎌내며, 다양한 디딤새로 품위를 지키며 우아함과 절제미를 보여주었다. 전통레퍼토리 ‘사랑가’는 이현주, 문희철의 남녀 2인무에 주목하며 정재만의 춤구성과 양식을 따르고 있다. ‘태평무’는 안무가의 춤을 떠올리며 한성준의 춤 형식으로 기교적 모미를 보여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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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방류 살풀이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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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부채춤’의 군무는 부채춤에 관한 모든 상찬(上讚)식 수사를 담당하였다. 남성이 보여주는 ‘이매방류 살풀이 춤’은 애절함을 고조시키는 또 하나의 장치이다. 문희철은 가슴으로 느끼며 ‘살풀이 춤’의 예술성을 견지하였다. 소품 없이 몸동작으로만 보여준 ‘대금 산조춤’은 몸의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하면서 여인의 내면심리를 끌어내어 열정으로 몰고 가는 매력적인 춤이었다. 피날레인 ‘소고춤’ 군무는 소고잡이들이 상모가 달린 전립에다 자루가 달린 소고를 들고 경쾌하게 움직이며 춤을 추었다. 진도에서의 진도북춤이 없었음은 아쉬었다.

소고춤이미지 확대보기
소고춤

김미숙은 저돌적 카리스마를 지닌 안무가이자 불도저 형 지도자이다. 작품에 관한 한 어떠한 난관도 돌파하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그녀의 안무작 '시월애'는 과감한 압축과 절제로 전통춤의 콤팩트화(化)를 시도하고 있다. 시네마 베리떼의 이동방식을 차용한 안무가가 무사(舞士)들에게 명한 비오는 날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신명의 춤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예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