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는 지난 10월 창단 30주년을 맞아 명륜동 창경궁로에 작가중심의 새로운 공간 30스튜디오를 개관했다. 개관작으로 히라타 오리자의 일본극단 청년단을 초청하여 '서울시민'과 '서울시민 1919'를 공연하고 연이어 연희단거리패의 '서울시민 1919'를 공연한 후 '백석우화-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진도 씻김굿을 최초로 무대화 한 '씻금'을 공연했다.
30스튜디오는 현대연극작가전과 새로운 창작극을 개발하는 공간을 목표로 현대 작가들의 클래식 연극과 함께 국내 신진작가들의 창작극을 연중 기획으로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작가전은 장 쥬네 를 시작으로 이오네스코, 브레히트, 크리스토퍼 말러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창작극으로는 임은재, 오세혁, 이채경 등 젊은 극작가들의 신작과 윤대성 희곡상, 신춘문예를 통한 신인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1910년 파리 빈민구제국 소속의 작은 의료원에서 태어난 장 쥬네는 아버지를 모르는 사생아였고, 어머니는 카미유가브리엘 주네라는 당시 22세의 가정부였다. 그러나 어머니마저도 생후 7개월의 장 쥬네를 빈민구제국에 넘기는 바람에 그는 알리니 앙모르방의 레니에 부부에게 위탁 양육된다.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가족은 물론 주소조차 없이 떠돌다가 작은 여관방에서 혼자 죽는다. 장 쥬네는 1947년 '엄중한 감시'와 '하녀들'을 발표함으로써 희곡 작가의 길로 접어든 이후 1956년 '발코니'로부터 1958년 '흑인들'을 거쳐 1961년 '병풍들'까지 5년 남짓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인다.
장 쥬네는 뛰어난 문학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한평생 주변인으로 살았다. 마치 '하녀들'의 끌레르가 '무식한 하녀'가 아닌 '글을 아는 하녀'임으로써 정체성의 불안을 겪듯이, 쥬네 역시 그러했다.
'연극이 담론이 될 수 있는가' '놀이가 저항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장 쥬네는 "그렇다"고 답한다.
연극 '하녀들'은 마담이 외출한 빈집에서 두 하녀가 은밀한 연극놀이를 시작하면서 막이 오른다. 항상 받들어 모셔야 했던 마담의 역할을 해보면서 평소 불만들을 연극 속에서 풀어보기도 하고, 마담의 거만한 행동들을 흉내내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놀이가 진행되면서 쏠랑쥬가 마담을 살해하려 하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두 하녀가 거짓 밀고하여 감옥으로 보낸 마담의 애인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내용이다.
자신들의 음모가 실패했고, 밀고자의 정체가 밝혀질 위기에 처한 두 하녀는 진짜로 마담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외출했던 마담이 돌아오고, 약을 탄 차를 끌레르가 억지로 권하지만, 애인의 무죄석방 사실을 알게 된 마담은 차를 마시지 않고 하녀를 비웃으며 유유히 나가버린다.
마담을 놓친 두 하녀는 절망 속에서 다시 연극놀이를 시작한다. 끌레르는 언니 쏠랑쥬가 내미는 독배를 마시며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을 완성하며 죽어간다.
연출가 이윤택은 "1980년 3월 부산에서 처음 장 쥬네의 '하녀들' 번역대본을 읽었지만 당시 계엄사 보도처를 들락거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기 검열에 빠져 있었다"면서 "그 때 '하녀들' 연출을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되어, 2002년 산울림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2009년, 2010년, 2013년 배우를 바꿔가며 계속 공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2017년 청춘시절에 꿈꾸었던 '하녀들'을 60대 중 늙은이가 되어서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계속하다가 어느덧 나는 죽을 것이고, 나는 유언을 남긴다. 계속. 계속하라고. 장주네 만세, 하녀들의 발칙한 저항은 계속되리라. 그리하여, 연극 만세"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 쥬네의 연극 '하녀들'은 2017년 1월 6일부터 22일까지(매주 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3시) 30스튜디오에서 공연된다.
노정용 기자 noj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