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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허겁지겁 라면을 넣기 시작했다” 라면값 인상 전 소비자들 반응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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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허겁지겁 라면을 넣기 시작했다” 라면값 인상 전 소비자들 반응 살펴보니…

19일 저녁 9시경 도봉구의 한 할인점 라면매대 일부가 텅텅 비어있다. 사진=박영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9일 저녁 9시경 도봉구의 한 할인점 라면매대 일부가 텅텅 비어있다. 사진=박영찬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박영찬 기자] 정확히 5년 1개월 만이다. 국내 라면시장 1위인 농심이 5.5% 수준으로 라면 값을 올리기로 하면서 시장에서 라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농심의 수익 폭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며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라면을 사먹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달걀 값이 상승하면서 가계부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기호식품인 라면마저 오르니, 졸라맬 허리가 남아 있는지 찾기도 힘들 지경이다. 5년 만에 단행된 라면값 인상이라는 이슈에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기자가 살고 있는 근처 할인점을 찾아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내일부터 올라요? 그럼 오늘 다 사야겠네!”

19일 저녁 8시 30분,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한모씨(61)는 20일부터 라면 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라면 봉지를 허겁지겁 카트 위로 던져댔다. 이 모습을 본 다른 고객 황모씨(54)도 매대 위의 라면을 자신의 카트로 넣기 시작했다. 라면 매대를 담당하고 있는 할인점 직원 주모씨(31)는 “농심에서 라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꾸준히 라면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며 “지난주 금요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주말에 정점을 찍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밤 10시 쯤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오는데 오늘 밤까지 기다려 봐야 가격 인상 적용 시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16일 농심이 라면 값 인상을 발표한 이후 롯데마트는 1일부터 18일까지 라면 매출이 전월 대비 23.2% 급증했다. 이마트의 경우 16일부터 18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64.1%나 상승했다. 라면 사재기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매대에서 박스 채로 라면을 구입한 주부 정모씨는 “남편과 아들이 라면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라면을 10는 넘게 먹는 통에 아예 박스 채 사러왔다”며 “달걀 값에 라면 값까지 오르니 어디까지 지출을 줄여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의 이번 가격 인상으로 내년도 영업이익이 최소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700억원대로 영업이익은 약 50% 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기업의 현실을 마냥 탓할 수 없다.

기호식품으로 즐겨 먹을 수 있었던 라면도 이제는 가격 걱정을 하며 먹어야 하는 것에 소비자들은 긴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형국이다.
박영찬 기자 y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