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앙대 지리학 교수인 미셸 뷔시는 모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소설 '검은 수련'(달콤한책)을 펴냈다. 프랑스에서 기욤 뮈소에 이어 베스트셀러 작가 2위에 오른 뷔시는 지리학 연구자 답게 구체적이고 섬세한 지형 묘사, 꼼꼼하고 철저한 자료수집과 고증, 호기심을 자아내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빠른 이야기 전개, 암시와 복선으로 가득 찬 소설적 장치, 매혹적인 문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서스펜스, 중간 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자연스러운 유머, 끝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놀라운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자 소녀'와 '내 손 놓치마'에 이어 선보인 '검은 수련'은 시간의 굴레에 갇힌 상처 받은 세 여인의 탈주극이 펼쳐진다. 지베르니 마을에는 세 여인이 살고 있는데,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열한 살 소녀, 매혹적인 서른여섯 살의 여교사, 마녀처럼 모든 걸 알고 몰래 숨어 지켜보는 노파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비밀스러운 공통분모가 있다. 그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다. 지베르니는 인상주의 성지이자 꿈의 정원이지만 이들 세 여인에게는 액자 속 그림 같은 감옥이자 운명을 얽어매는 덫일 뿐이다.
예술이란 소재를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로 엮어낸 '검은 수련'은 13일간의 수사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퍼즐 조각을 처음부터 여기저기 던져놓지만 끝까지 읽어야만 비로소 모든 조각이 하나로 완성된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모네의 시대에 지베르니 마을을 방문했던 시어도어 로빈슨, 모네의 동료였던 르누아르, 시슬레, 부댕을 비롯해 세잔과 툴루즈 로트레크 등 유명한 화가들의 일화, 모네가 죽은 아내 옆에서 그렸다는 작품의 의의, 모네가 '수련'을 그린 작업 방식, '수련' 작품의 의미 등이 책 안에 세세하게 펼쳐진다.
책 제목인 '검은 수련' 또한 모네가 죽기 전에 그렸다는 '수련'에 대한 전설과 연관이 있다. 풍부한 색감을 가미하여 시각적인 언어로 묘사하는 상처 받은 세 여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인상주의와 모네의 작품들과 지베르니에 대해 알게 되고 더욱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