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쌀 재배시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험하는 단계에서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시민단체들과 학회 등 GMO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저항에 못이겨서다. 분명 미래에는 GMO가 식량안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미래 식량안보학자들도 선뜻 GMO의 안전성을 말하지 못한다. GMO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합당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자에 GMO 표시를 해야 맞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그 표시에 민감하다. 아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MO에 민감한 소비자들 때문이다. 필립모리스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이유다. GMO의 저항성만봐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올바른 소비의 욕구가 그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크다. 그런데 그런 소비자들 앞에서 담배의 건강을 논하다니, 과연 제정신인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종합해보면 덜 해롭고 더 해로운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게 궐련형 전자담배다. 담배회사의 논리대로만 따지자면 잎담배 중에서도 순한 담배는 인체에 덜 해로워야 맞다. 타르와 니코틴이 덜 들어 있으니 이보다 더 강한 담배보다는 덜 해로워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오히려 건강에는 더 나쁘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순한 담배는 좀 더 깊게 들여마시게 되고 하루에 더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게 돼 더 많은 타르를 마시게 한다. 혈액 속의 니코틴 함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신체 반응 때문에 니코틴의 체내 흡수량이 자연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많은 양의 담배를 깊게 피우는 경향이 생긴다.
술과 담배는 죄악주라고 한다. 그 존재만으로도 인체에는 유해해서다. 일각에선 ‘사회악’으로도 치부한다. 담배를 끊은 지 석 달 됐다. 20년도 넘게 담배를 피우다 끊은 건 이용당하기 싫어서였다. 기가 찼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잎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말을 듣고. 그러면서 신제품을 홍보하고. 담배 핀 후의 쓴맛보다 씁쓸하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