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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자율규약안 18년만 재시행…‘신규출점 어렵게·폐점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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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자율규약안 18년만 재시행…‘신규출점 어렵게·폐점 쉽게’

정부와 여당은 편의점 업계의 과당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와 여당은 편의점 업계의 과당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과당경쟁에 따른 영업난을 호소하는 편의점 점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편의점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자율규약안을 협의했다. 지난 2000년 한 차례 중단됐던 자율규약안이 18년 만에 다시 시행되는 모양새다.

3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및 시행을 위한 당정협의’를 열고 과밀화된 편의점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출점뿐만 운영과 폐점단계에 이르는 단계별 개선방안을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업계도 자율규약안 제정을 위해 움직였다.
CU, GS25 등 편의점 가맹본사들로 이뤄진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한편협)는 자율규약안 제정을 다시 추진했다. 올해 편의점 근접 출점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자율규약이 필요하다는 편의점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동일 브랜드 편의점 출점 시에는 250m의 거리제한이 있으나 타 브랜드 간에는 거리제한이 없다.

편의점 업계는 지난 1994년 자율규약안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2000년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이라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리며 중단됐다. 한편협은 지난 7월말 공정위에 자율규약안 유권해석과 심사를 신청했고 지난달 30일 공정위가 이를 승인했다.

이날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는 지난 7월 이후 편의점 업계와 지속해서 논의해 과밀한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며 “가맹본부의 과잉 출점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제살깎아먹기 식의 무모한 경쟁으로 편의점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자율규약안은 신규 편의점 개설은 어렵게, 폐점은 쉽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규약에 참여하는 가맹본부는 각 지자체별 담배소매인 지정거리(50~100m), 상권 특성 등을 고려해 출점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또 가맹본부가 창업희망자에게 인근 점포 현황 등 출점예상지 상권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경영난을 겪는 편의점주는 쉽게 폐점할 수 있도록 위약금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담도록 했다. 편의점 사업 입구에 있는 문턱은 올리고, 출구에 놓여있는 허들은 낮춰 과당 경쟁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자율규약에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 등 6개 편의점 가맹본사가 동참한다. 자율규약안은 오는 4일 한편협과 공정위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여는 ‘자율규약 이행 선포식’ 이후 적용될 전망이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상당 기간 고민했다”며 “18년 만에 다시 시행하게 된 업계의 자율규약이 가맹점의 수익성 향상과 편의점산업의 건실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