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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순의 '고희무심'…평양검무 집단의 축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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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순의 '고희무심'…평양검무 집단의 축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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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계
4월 15일(목)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평양검무 예능보유자 임영순의 고희(임진년 출생)를 축하하는 지인과 제자들의 공연이 있었다. 도연 임영순무용단 주최,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주관의 「고희무심」(古稀舞心)은 잔치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공연이었다. 임영순(평양검무 예능보유자)은 열두 레퍼토리에서 안무, 영상, 실연으로 평양검무 집단과의 만남을 즐거워했고, 그간 평양검무 개척 과정을 회고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들은 개척자들을 쉬 망각한다. 임영순은 ‘평양검무’를 바로 세우고 춤 밭을 일군 춤꾼이자 전통춤 안무가이다.

평양검무는 빠르고 역동적이며 특정 미학이 원형 그대로 전수된다. 지역적 특성이 강한 평양검무는 소실 위기에서 남한에서 부활하여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평양검무는 칼 가장자리에 나비 일곱 쌍이 달려있고, 조선조와 달리 칼자루 밑이 구부러져 있다. 검정 전립에는 공작 깃털이 달려있다. 염불장단 강세는 일·삼 박에 있다. 춤사위에는 한 장단의 독립 사위가 있고 손발이 균형을 이루며 움직인다. 연풍돌기는 네 종류, 세 장단과 두 장단 동작으로 구분된다. 평양검무는 닫힌 세상을 열며,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1. 「천상의 계」 : 평양검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춤이다. 고구려 안악3호분 고분에서 튀어나온 듯한 의상과 움직임으로 상상을 뒤집으며 춤은 시작된다. 상상을 구체화하면 현실이 된다. 평양검무의 발원지, 그 지역 여인의 삶이 하늘신이 내린 빛과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패강 강가에서 피어나오는 연무 속 신비로운 광경에서 빛이 퍼져 나온다. 세련미가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 이어지는 검무는 화려한 검무의 만개를 기원한다. 모이고 흩어지고 돌고 서면서 천상의 계를 지켜온 춤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보통 사람의 것이 된다. (출연 : 신여신 김명자 이영자 장지현 김영수 이학순 박윤서 김금숙 김남용 조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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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발무


2. 「향발무」 : ‘계’의 엄숙함을 털고 잔치 분위기가 이어진다. 나라 잔치 때에 한 손에 한 쌍씩 향발을 가지고 추던 춤은 향악을 바탕으로 음악이 구성돼 있다. 노랑 치마에 자주 저고리를 입고 비교적 짧은 한삼이다. 궁중의 기녀들이 좌우 두 무리로 나뉘어 주악에 맞추어 춤추며 대형 변화를 통해 궁중의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두 손의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에 향발을 각각 하나씩 끼고 반주음악에 맞추어 매 장단(腔)에 친다. 의상에 박혀있는 목련이 던져주는 품격과 편집된 음악에 맞춘 춤이 조화를 이룬다. 고희를 축하하는 춤이다. (출연 : 은상희 홍의진 차영미 이승희 곽옥희 조금란 최현선 정숙경 이정미 김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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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앵무


3. 「춘앵무」 : 임영순의 「춘앵무」가 영상으로 비친다. 그런 다음 꽃무늬를 수놓은 화문석 위에 여인(정미심)이 들어선다. 왕벚꽃 흐드러지던 화창한 봄날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 앵삼, 허리에 두른 붉은 띠가 손짓할 때마다 떨린다. 정미심은 칙칙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털어 버리고 당시의 무심(舞心)을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1809~1830)는 어머니인 순원왕후 김 씨의 사십 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1828년 궁중무 '춘앵무(春鶯舞)'를 만들었다. 봄날 버드나무 가지 위의 작고 귀여운 꾀꼬리 소리에 얹힌 춤은 악사들의 연주처럼 경쾌한 신명을 불러일으켰다. (출연 : 정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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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살풀이춤


4. 「평양살풀이춤」 : 이봉애 명무의 살풀이춤 고증에 따라 임영순이 재안무 구성한 평양의 대표춤인 ‘평양살풀이춤’(부루나살풀이춤)은 서도해서시나위 가락에 맞춘 다양한 상체의 움직임을 통해 단호하며 고고한 여인의 모습과 교태미를 동시에 표출해낸다. 임영순의 공연 영상이 짧게 비쳐서 편집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대금과 장고가 주도 악기로 나서고 배경은 보름달이다. 평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평양권번의 기본색인 검정과 하양의 어울림과 노란 속치마가 겉으로 길게 나오게 입는 전통 의상이 대표적 특징이다. 의식을 풀어내는 연기와 미적 의식을 행하는 연기와의 균형이 부각된다. (출연 : 은상희 이승희 김명자 박윤서 나화엽 이학순 정숙경 김금숙 김남용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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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번입춤

5. 「권번입춤」 : 인생 경험이 많은 여성 춤꾼들의 군무는 ‘두레’ 이상의 빛을 발한다. 옛날 권번에서 추던 춤으로서 노련한 춤꾼들은 붉은 치마로 표현되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마디마디에 싣고 있었다. 일곱 춤꾼은 하얀 천으로 춤의 대삼 소삼을 표현했다. 안양지역에서 전승되는 여러 전통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서 기교가 풍부하며, 표현이 세밀하다. 천 끝을 잡고 호흡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춤사위를 구사하며 애교스러운 기교와 우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은 간격과 시간에 서툴게 만들지만 봄이 오면 숨기기 힘들게 난초는 피어난다. (출연 : 김영애 신영자 김영애 이종남 이영자 장명숙 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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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꾸춤


6. 「버꾸춤」 : 대사와 움직임을 비롯해 악가무의 기본적 틀을 갖추고 있으며 연희성이 짙은 버꾸춤, 말만 들어도 신명을 준비해야 한다. 버라이어티한 화면이 자리한 버꾸춤, 음악은 전남 완도의 금당도 지역의 농악놀이이며 「버꾸춤」은 무대화된 작품이다. 춤 연기자 6인의 작은 북은 몸과 음악에 밀착된다. 다양하고 화려한 우도 판도 가락 위에 몸의 호흡과 동작을 실어 폭발적인 역동성이 돋보이며 최고의 신명과 흥을 자아낸다. 춤사위는 일체감을 보이면서 적절히 안배되어 전통춤의 질서를 잘 따르고 있었다. (출연 : 홍의진 이승희 차영미 곽옥희 김혜수 최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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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남무


7. 「평양 남무」 : 임영순의 원전 영상이 비친다. 부루나 선비춤이라고도 하는 남무(男舞)는 사교무인 한량무의 한 부류이다. 젊은 사대부 계층의 선비들이 풍류와 의연함을 즐기던 춤으로 일반 대중화하지는 않았고, 그들과 어울리던 기생들에 의해 유행되었다. 평양에 뿌리를 둔 춤이라 기색(妓色)이 있으며 내면의 심상을 나타내며 장단의 변화에 따라 대삼 소삼의 춤사위는 남성적 위력이 강하게 표현된다. 느티나무 아래의 욕망, 춤의 흥미 부분은 난초 그림의 부채와 녹색 도포의 선비춤, 무대 뒤편의 술상이 분위기를 설명한다. 정미심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격조있게 이끈다. (출연 : 이영자 김영수 신여신 김금숙 김남용 이정미 정미심 이정미 윤명희 이성경 정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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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대무


8. 「쌍검대무」 : 최승희 이봉애 임영순으로 이어오는 평양장검무는 고구려 정신의 계승과 화랑 모습의 여인의 역동적 모습이 보인다. 오방색이 전통을 길게 늘어뜨리면 장단이 맛을 더한다. 야전에 강한 그들은 ‘선은 길고, 폭이 넓은’ 무대에서 부드러운 마무리로 춤의 풍미를 더 했다. 노련한 세대에 떨어진 빠르기라는 과제는 해설과 실제 사이의 세월의 간극을 느끼게 하였다. 앉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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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부채춤

에서의 다양한 움직임, 맨손 입춤의 수사력, 북한의 춤사위들이 가감 없이 순수함으로 더해져 아름다움과 힘이 느껴지는 춤이었다. (출연 : 이현경 남옥분 노혜선 김미정)

9. 「부채춤」 : 화사한 분홍 복사꽃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평양부채춤은 동작과 호흡에 힘이 있고 역동적 사위가 이 춤의 특징이다. 부채를 들고 춤추는 무용은 무당춤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 민족 무용에도 많이 있으나, 모든 춤이 한결같이 부채를 소지품이나 장식물로 취급하는데 반해 「부채춤」의 경우는 부채를 펴고 접고 돌리고 뿌리는 기교 자체가 춤사위의 중심을 이룬다. 한편, 모든 신체운동을 유도해내는 촉매의 구실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꽃잎이 바람에 떨어지고 휘날리면 춤은 종료된다. (출연 : 홍의진 차영미 이승희 곽옥희 김금숙 김남용 이정미 정숙경 최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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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춤


10. 「입춤」 : 목련 가득한 가운데 장숙자(평양검무 역사위원회 이사장)의 화려한 즉흥무가 독무로 추어진다. 정해진 순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추는 춤의 수필인 이 허튼춤의 당사자 장숙자는 녹색 저고리, 진분홍 치마, 노랑 고름과 속치마의 한복을 입고 춤에 나선다. 입춤은 전통춤의 기본춤 이다. 이 춤 형식으로 기본기를 익힌 당사자의 춤을 보면서 춤의 지역적 특징을 익히고 살아있는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세련된 기교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풍화작용을 거쳐도 춤은 여전히 숙성의 아름다운 향을 던지고 있었다. (출연 : 장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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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의 흥


11. 「대동강의 흥」 : 봄날 잔치같이 갑사의 복식을 한 예인들이 전대를 두르고 꿩 깃에 흑립을 쓰고 평양검무 동작과 삼현육각의 염불·타령·자진 장단을 교차하며 경쾌하게 춤을 춘다. 두 손에 검을 들고 전투에서나 볼 수 있는 진퇴가 거듭된다. 창작무용의 발전 가능성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활달과 용맹이 원과 직선을 통해 다양한 대형 변화를 보인다. 일제 강점기 이후 칼 모양과 휘어진 칼자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동강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출연 : 남옥분 홍의진 차영미 노혜선 정숙경 곽옥희 김미정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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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검무


12, 「평양검무」: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평양검무」는 정석적 음악을 따르며 푸른 치마와 노란 저고리, 빨간 수술을 단 전립의 예인들, 쾌자의 끝을 잡고 춤을 시작한다. 수를 가감하고, 시각적 대형변화, 진법을 통해 단정하면서도 화려한 몸짓을 보인다. 칼을 집고 뿌리고 돌리는 강함 속에서도 여성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칼끝을 땅으로 친다. 군무의 스펙트럼은 버라이어티하며 악사의 음악, 칼의 운용, 움직임, 사위와 디딤에 걸친 연기력, 세련된 복식, V자와 같은 종횡의 라인 감각, 강강술래와 같은 진용의 변화 구사 등 놀라운 숙련도를 보인다. (출연 : 임영순 예능 보유자 김소을 김민선 강호빈 노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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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순(평양검무예능보유자)


「고희무심」(古稀舞心)은 고희에 이를 때까지 전통춤 부흥에 앞장서 온 임영순 평양검무 예능 보유자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헌무(獻舞)이다. 어린 세대들도 고마움을 표하도록 계획된 무대는 아랫 무대에서 주인공이 서서히 무대로 부상하도록 연출된다. 서로에게 연결된 유대는 평양검무 발전을 위한 동력원으로 사용될 것임을 약속하며 무대는 종료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하 메시지와 축무를 위해 노력한 모든 예술가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저녁이었다. 임영순 평양검무 예능 보유자는 후학들에게 진정 어린 조언으로 면학을 격려하고 있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