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찾던 MZ들 지갑 단속…절약형 제품에 돈 몰려
2000원대 도시락부터 NB상품 대비 절반 수준 PB 인기
2000원대 도시락부터 NB상품 대비 절반 수준 PB 인기

#.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에 직장을 둔 조아라씨(30대 중반)는 외식물가에 치솟은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종종 회사 같은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홍대 인근에 자리 잡은 직장 주변 평균 밥값은 1만원 초반대로 이날은 동료와 편의점 즉석라면으로 점심을 챙겼다.
길어지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현상에 명품 등 과시형 소비를 일삼던 MZ세대가 바뀌었다. 스스로 ‘자린고비’의 삶을 택하고 일상 속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불황형 소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030 등 젊은층이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초저가 도시락과 PB 상품에 눈을 돌리며 지출 방어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알뜰 소비’에 임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0월25일 출시한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가 출시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역사상 최단 기간에 세운 기록으로 가성비 도시락 ‘혜자 시리즈’가 고물가 바람을 타고 또 한 번 새역사를 썼다.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는 주먹밥과 김밥, 메추리알 등을 도시락 용기 담은 제품이다. 가격은 2000원 후반대로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덕분에 오피스와 학원 상권에서 높은 수요가 나타났다. 주로 구매한 고객층은 2030이 대다수였다. 실제 GS25가 분석한 결과, 2030 남성 매출 비중은 39.1%, 2030 여성 매출 비중은 27.6%로 나타나 2030이 해당 도시락 매출을 견인했다.
GS25와 함께 편의점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CU에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PB 제품 ‘득템시리즈’가 NB 제품을 제치고 각 카테고리별 판매 1위 제품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기준 CU 득템 시리즈 단품별 판매량 기준으로 총 40여 종의 PB 상품 중 약 25%에 달하는 10종이 각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U는 인기 비결을 ‘가격’에서 찾았다. 유사 상품 대비 최대 57%까지 더 저렴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 수요가 초저가 PB 상품으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보다 저렴해 알뜰족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득템시리즈 중에서도 닭가슴살은 기존 NB 상품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고객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치즈 핫바 득템도 유사 상품 중량보다 2배 더 많은 대용량(180g)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핫바 득템 3종의 누적 판매량은 850만개에 달한다.
편의점 와인도 가성비가 주도한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1만원대 ‘앙리마티스 앨런스콧 쇼비뇽블랑’은 출시 3주만에 누적 판매량 4만병을 돌파하며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편의점뿐 아니라 이커머스에서도 불황형 소비 경향이 짙어지며 1만원 미만 저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11번가의 ‘9900샵’의 지난달 일평균 매출은 전달 대비 196% 급증했다. 티몬의 ‘만원의 행복’ 기획관도 지난달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98% 늘어났다. ‘9900샵’과 ‘만원의 행복’ 기획관은 주방용품부터 생활용품까지 1만원 미만의 상품으로만 구성됐다.
반면 코로나 19 기간 보복 소비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명품 시장은 시들해졌다. 콧대 높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매장 앞의 오픈런은 대부분 사그라 들었고, 명품으로 실적 잔치를 벌이던 백화점들도 명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올해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며 내놓으라 하는 명품 제품의 재고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에 실질적 생활비가 줄면서 지출을 통제하는 분위기”라며 “우선적으로 외식과 쇼핑부터 자제하고 가급적 할인 상품을 위주로 구매하는 ‘절약형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