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계열사인 하림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하림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300억원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셈이다. 하림지주는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특히 농심과 삼양그룹, 오뚜기, 팔도 등 국내 식품업계의 터줏대감들이 장악하고 있는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며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실적은 아직 포부를 따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2019년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294억원, 2021년 589억원, 2022년에는 86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결손금만 2716억원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의 누적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며 기대감이 높았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다만 주력 브랜드 '더 미식'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매출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신규 브랜드 '푸디버디'도 입소문을 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기업인 하림지주의 자금지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 해에만 3차례에 걸쳐 1000억원의 출자전환에 나섰으며, 올해에도 지난 17일 300억원의 출자전환을 공시했다. 하림산업은 확보한 현금을 운영자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주력사업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격 인수를 결정한 HMM 역시 인수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사모펀드 JKL컨소시엄과 연합해 6조4000억원을 써내며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IB업계에서는 HMM의 경영권을 놓고 매각자인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JKL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해진공은 HMM의 영구채를 보유한 최대 채권자이면서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역할이 큰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하림·JKL컨소시엄은 산음과 해진공이 지분을 넘긴 이후 영구채를 보유한 채권자로 관계가 바뀌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의 경영참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HMM 매각 협상은 일단 다음달 6일까지 더 연장될 방침이다. 하지만 하림·JKL의 요구사항에 대해 산은은 물론, 해진공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HMM 인수협상은 한동안 난항을 겪을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