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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만 800원인데”…커피 원가 발언에 카페 사장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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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만 800원인데”…커피 원가 발언에 카페 사장들 한숨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카페의 모습. 사진=이정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카페의 모습. 사진=이정경 기자
“원두만 해도 800원이에요. 정말 저렴한 원두라고 해도 500원 밑으로 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현장에서 만난 카페 사장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생두 가격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라비카 원두의 수입가는 20일 기준 톤(t)당 약 8582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8% 오른 수치다. 커피 원두 가격은 작년 초부터 오르기 시작해 작년 11월부터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커피 한 잔은 8000원에서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알아보니까 원가가 120원이더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고 국민의힘도 “자영업자를 악덕 사업자로 만들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커피 원가를 환산하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가격은 20일 기준 g당 약 11.4원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통상 15g의 원두가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 가격은 약 171원으로 계산된다.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시점이 2019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120원에 근접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실제 지불하는 원두 구매 비용은 단순 수입단가를 훨씬 웃돈다. 해상 운임, 물류비, 수입업체 마진이 덧붙는 데다, 소규모 업체는 대량구매가 어려워 단가도 높다. 현장의 카페 사장들이 “원두만 해도 잔당 500~800원”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한 잔당 1500~1700원대의 저가 커피를 파는 카페들은 “커피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는 그저 고객 유입을 위한 ‘미끼상품’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두 가격에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를 합치면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을지로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모든 고정 지출료가 올랐다”며 “해마다 더 힘들어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두, 우유 등의 주요 원재료뿐 아니라, 컵·빨대 같은 부자재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A씨는 “이제는 유지만 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문화가 바뀌었고, 최근의 계엄사태는 소비 둔화의 직격탄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영업 환경은 통계로도 어려움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지역 커피·음료 업종의 3년 평균 생존율은 51.9%, 5년 생존율은 34.9%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운 점포가 3년 내에 문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2030 청년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카페의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업계 전반에 걸쳐 ‘생존’ 자체가 목표가 된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단순한 원가 계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는 “맥락을 따지지 않은 공격”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선 후보의 말이 갖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쉬운 표현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