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분야 장기 협력 포괄적 MOU 체결
'2047년 조선업 5위' 내건 인도 도와
설계·구매부터 기술협력, 인재육성까지
'2047년 조선업 5위' 내건 인도 도와
설계·구매부터 기술협력, 인재육성까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이어 인도에서도 조선업 육성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나선다.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 코친조선소(CSL)와 손잡고 선박 건조부터 공급망 강화, 인재 육성까지 전방위적 조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6일 HD현대에 따르면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인도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코친조선소는 인도 최대 규모다. 지분의 67.91%를 인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상선부터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종의 설계·건조·수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 5년간 소형 상선 60척과 함정 10척 등 총 70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협약을 통해 코친조선소의 설계·구매를 지원하기로 했다. 양사는 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해 기술 협력을 하고, 인적 역량 강화와 교육 훈련 체계 고도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 향후 인도와 해외 시장에서 선박 수주 기회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양사의 협력은 인도 정부가 내놓은 해양산업 육성 로드맵과도 맞닿아 있다. 인도 정부는 국적 선박을 늘리고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항만 개발과 조선업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내놨다. 그러면서 조선업 위상을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2047년까지 5위권으로 올려놓는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과 ‘해양산업 암릿 칼 비전 2047’를 발표했다. 올해 약 2500억루피(한화 약 4조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을 조성하고, 자국 조선산업과 해양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정책적 지원을 넓히고 있다.
조선업 육성 로드맵을 마련해 놓은 인도 정부는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에는 마두 나이르 코친조선소 최고경영자(CEO)와 비네시 쿠마르 티아기 인도해운공사 CEO, 쉬리 티케이 라마찬드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 등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등 한국 조선3사의 조선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의 조선업 육성 의지는 인도 조선시장의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켄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9000만 달러 규모였던 인도 선박 건조·수리 시장은 2024년 기준 11억2000만 달러로 12배 이상 성장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세계 1위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조선사업 경쟁력을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력 우위를 이용해 국가별 해양 안보 전략에 기여하고,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행보를 다른 나라로도 넓혀갈지 주목된다. 해양패권 강화를 위해 조선업 재건에 나선 미국에서 HD현대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MOU를 체결했고, 6월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하는 등 글로벌 방산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HD현대와 코친조선소 모두에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자 인도의 해양산업 국가 비전 실현을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HD현대의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코친조선소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국내 기자재 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