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과 같은 수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5월(1.9%)에 5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던 물가는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먹거리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견인했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오르며 2023년 11월(5.1%)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73개 가공식품 품목 가운데 62개 품목에서 가격이 오르며 전체의 85%가량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라면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사실이냐”고 언급했던 라면 가격은 전년보다 6.9% 올라 2023년 9월(7.2%)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년 대비 3.1% 상승하며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이다. 생선회(5.9%), 짬뽕(5.4%), 햄버거(4.7%),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오른 가운데, 통계청이 조사하는 외식 품목 39개 중 피자를 제외한 38개 품목에서 가격이 상승했다. 외식 물가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0.44%포인트로, 가공식품(0.39%포인트)과 함께 전체 물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수산물과 축산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7.4% 상승해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고등어(16.1%), 조기(10.6%), 오징어(6.3%) 등 자주 소비되는 품목 위주로 상승폭이 컸다. 축산물 가격도 4.3% 상승했고, 달걀은 6% 올라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지만, 마늘(24.9%)과 호박(19.9%) 등 일부 품목은 급등했다. 특히 폭염과 장마 영향으로 작황이 악화될 경우, 하반기 농산물 가격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도 2.5% 상승했다. 전달(2.3%)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체감 부담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근원물가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2.0%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직무대행은 “올여름 작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배추, 사과, 배 등 주요 농산물 가용 물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 전까지 배추 3만6000톤, 사과 1만2000톤, 배 4000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여름철을 맞아 주요 휴가지 먹거리와 숙박요금, 피서용품 가격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민관합동 물가점검반’도 가동된다. 한우는 최대 50%, 냉장 수입 소고기는 40% 할인 판매하고,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차질을 보완하기 위해 태국산·비(非)AI 지역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달 중 13조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전국민에게 15만~50만 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는 기대되지만 물가에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