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절주’ 확산… 전통주 둔화, 무알코올 성장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 0.00’ 점유율 37.5% 1위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 0.00’ 점유율 37.5% 1위

영국의 주류 전문 조사기관 IWSR(International Wine & Spirits Research)에 따르면 주요 15개국의 알코올 소비량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줄었다. 북미에서는 ‘가볍게 즐기는’ 음주층이 1년 새 39%에서 44%로 늘었고, 2024년 기준 전체 성인의 27%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9% 늘었고, 전통 맥주는 1% 감소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경기 침체와 외식비 부담, 건강 트렌드가 겹치면서 전통 주류 소비가 줄고 있다. 소주와 맥주 모두 부진한 가운데, 무알코올 제품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1년 415억 원에서 2023년 644억 원으로 55% 확대됐으며, 2027년에는 946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오비맥주가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무알코올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이트제로 0.00’은 2012년 출시 이후 꾸준히 시장을 넓혀왔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 37.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 0.0’은 약 33% 안팎의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어, 두 브랜드가 전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70% 이상을 양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하이트진로㈜의 자회사로, 생수·탄산음료와 함께 무알코올 제품을 담당한다.
하이트진로㈜의 2024년 연결 매출은 1조 8986억 원, 영업이익 1206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8%, 5.4% 줄었다. 반면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는 같은 해 매출 1538억 원, 영업이익 89억 원으로 각각 2.1%, 1.1% 감소했다. 주류 부문보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작아, 업황 부진 속에서도 비교적 방어한 모습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시장 흐름에 맞춰 제품 경쟁력 강화와 유통 채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에는 알코올·칼로리·당류를 모두 ‘제로(0)’로 구현한 ‘올프리(All-Free)’ 콘셉트로 리뉴얼하며, 자기 관리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지난 2월에는 출시 13년 만의 첫 라인업 확장으로 열대과일 풍미의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를 선보였다. 기존 올프리 콘셉트에 상큼한 맛을 더해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고, 편의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으로 유통 채널도 다변화했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하이트제로 0.00은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처음으로 열고 책임 있는 음주 문화를 제시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플레이버와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