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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미래에 남기는 이웃들] 김영걸 후원자, ‘유산기부’ 실천 온 가족에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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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미래에 남기는 이웃들] 김영걸 후원자, ‘유산기부’ 실천 온 가족에 대물림

2025년 9월, 헤리티지클럽 10주년 전시회 시즌2 현장에서 어머니 故 설순희 후원자(헤리티지클럽 1호)의 표구를 소개하는 김영걸 후원자(헤리티지클럽 4호)   사진=희망친구 기아대책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9월, 헤리티지클럽 10주년 전시회 시즌2 현장에서 어머니 故 설순희 후원자(헤리티지클럽 1호)의 표구를 소개하는 김영걸 후원자(헤리티지클럽 4호) 사진=희망친구 기아대책

유산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닙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웃들은 자신의 삶과 가치를 미래 세대에 이어, 우리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남기는 뜻깊은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21년 전, 한 번의 부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2004년, 교회 목회자의 소개로 기아대책 직원을 만났던 그는 “자선마라톤 티셔츠 후원을 연결해줄 기업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그는 주변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 특강을 진행했고, 그 자리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강의를 듣는 직원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며 “천사들을 모아 놓고 강의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날 이후, 기아대책이 그의 가장 중요한 자문처가 되었다.

2015년 기아대책이 유산기부 프로그램 ‘헤리티지클럽’을 신설했을 때, 그는 모시고 살던 어머니께 이를 권했다. 어머니는 기쁘게 ‘1호 후원자’가 되었고, 약정 6개월 뒤 세상을 떠나셨다. 이후 어머니가 남긴 1억 원의 유산은 아프리카 카메룬 응가운데레 지역의 무지개행복초등학교 신축으로 이어졌다. 2018년, 그는 그 학교의 준공식에 참석하며 어머니의 작은 결단이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기쁨이 되는 순간을 직접 확인했다. 귀국 직후 그는 헤리티지클럽 5호 후원약정을 했고, 아내와 네 누이들 중 세 명이 헤리티지클럽에, 두 명이 고액기부자 모임 필란트로피클럽에 가입했다. 한 사람의 나눔이 가족 전체에게 흘러간 것이다.

김영걸 후원자는 나눔을 ‘뻥튀기 과자’에 비유한다. “작다고 생각하는 물질·시간이라도 ‘나눔’이라는 2기계를 통과하면 더 큰 기쁨이 되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이렇게 회수율 높은 투자는 없다”고 말한다. 유산기부에 대해서도 “지출이 즉시 발생하지 않으니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주변에도 권하기 쉽다”고 말했다.

유산기부에는 현금·부동산·주식·보험·신탁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김영걸 후원자는 이 중 ‘현금 약정’ 방식을 선택했다. 사후에만 이루어지는 기부가 아니라, 생전에 미리 유산 일부를 나누고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유산기부 과정에서 가장 깊이 기억하는 순간은 어머니의 상속 절차를 맡았던 때다. “어머니 통장에서 약정 금액을 기아대책에 송금한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뜻을 온전히 전하는 일이었다. 제 딸들도 언젠가는 저에게 똑같이 해줄 거라 믿는다”며 밝게 웃었다.

최근 열린 헤리티지클럽 10주년 전시회에도 그는 적극 참여했다. 어머니의 작은 수첩, 약정서 작성 사진, 젊은 시절 사진 등을 표구해 전시했으며, “유산기부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참신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유산기부를 결심한 후원자가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덧붙였다.

“공부해서 남 주자.” 그가 자녀와 다음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정신적 유산은 명확하다. 배움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돕는 삶을 꿈꾸길 바란다. 그는 매일 밤 “우리 아이들이 예수님처럼 많은 사람을 먹이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도해왔다고 한다.

그가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 정신적 유산은 분명하다. “공부해서 남 주자.” 배움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돕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우리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난다. 떠날 때 우리의 손은 비어 있어도, 남겨진 손에는 우리의 나눔 열매가 풍성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헤리티지클럽(Heritage Club)’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고자 하는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유산기부는 생전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공익을 위해 기부하기로 유언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성실·겸손·나눔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 2015년 발족한 헤리티지클럽은 현재 82명의 후원자(2025년 12월 기준)가 함께하고 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