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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환율에 해바라기유 들썩…공급가 오르며 치킨업계 버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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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환율에 해바라기유 들썩…공급가 오르며 치킨업계 버티기 힘들어

bhc, 30일부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15㎏ 공급가 20% 인상
흑해권 전쟁 장기화·수출관세 변수에 고환율 겹쳐 조달 부담 확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점주들에게 협조 요청
서울 시내의 한 치킨집.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의 한 치킨집. 사진=연합뉴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을 20% 인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흑해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제 시세 변동과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본사가 원가 상승분을 더는 흡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bhc 운영사 다이닝브랜즈그룹에 따르면 bhc는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30일부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15㎏ 공급가를 7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1만5000원 인상한다. 인상률은 20%다.

해바라기유는 생산·수출이 흑해권(러시아·우크라이나)에 집중돼 전쟁과 작황, 수출정책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작황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해바라기씨 생산 전망이 낮아졌고, 러시아의 수출관세 등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며 국제 조달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원화 기준 매입 단가 부담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바라기유 시세가 전년보다 약 36% 상승했다”며 “고환율도 부담을 키웠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과 인도 등 대형 수입국의 구매 방향이 변수로 거론된다. 중국은 2023년 원유 해바라기유 수입이 약 150만t으로 집계될 만큼 대표 수입국이었지만, 미 농무부는 2024년 10월~2025년 9월 중국의 해바라기유 수입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 53만t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두·유채 등을 중국 내에서 더 많이 압착해 식용유 자체 공급이 늘고, 소비 회복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입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요가 둔화하더라도 공급 측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격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0월 해바라기씨·해바라기유·해바라기박에 적용하는 변동형 수출관세 제도를 2028년까지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변수가 흑해권 공급 불안과 맞물릴 경우 국제 시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도는 팜유·대두유·해바라기유 등 유종을 가격 차에 따라 빠르게 바꾸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스위칭’이 특정 시기에 해바라기유 수요를 급격히 늘리거나 줄이면서 국제 시세 변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식용유 원료는 달러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아 국제 시세가 같아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입 단가가 상승한다. 또한 bhc가 사용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는 산화가 상대적으로 덜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치킨 프랜차이즈가 선호하는 유종으로 꼽힌다. 유종을 바꾸면 맛·향·바삭함 등 제품 표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카놀라유·대두유 등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그동안 본사가 원가 상승분을 일부 흡수해 왔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해바라기유 매입가 가운데 약 40억원을 본사가 부담해 가맹점의 실질 부담을 낮춰 왔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들어 기름 가격 시세가 전년 대비 약 36% 올랐고 추가 부담이 누적되면서 공급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입장이다.
bhc는 이번 인상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점주들에게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bhc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해바라기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을 당시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의해 공급 단가를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시세가 안정되자 7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며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여 왔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