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 해를 관통한 맛…말차의 ‘초록빛 질주’

글로벌이코노믹

한 해를 관통한 맛…말차의 ‘초록빛 질주’

말차, 커피·디저트·주류로 확산
스타벅스 5일 30만잔…연말도 말차 신제품 러시
‘헬시 플레저’ 타고 스테디셀러로…검색량·시장도 성장
스타벅스 프렌치 바닐라 말차 라떼, 투썸플레이스 떠먹는 말차 아박.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 프렌치 바닐라 말차 라떼, 투썸플레이스 떠먹는 말차 아박. 사진=각사
지난 상반기 유통가를 뜨겁게 달궜던 말차 열풍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완전히 안착했다. 연초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타고 급성장한 말차는 여름의 시원한 음료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이제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그린 컬러 마케팅’의 주인공으로 2025년 유통가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말차 열풍의 진원지는 편의점이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연세우유 말차 생크림빵’은 출시 직후 화제를 모으며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 흥행을 이끌었다.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돌파했다.

말차 수요는 계절을 가리지 않았다. CU에 따르면 올해 8월 말차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8% 증가했다. 통상 여름철을 지나면 신제품 출시가 둔화되는 흐름과 달리, 말차 디저트와 음료는 하반기까지 판매 탄력을 이어간 셈이다.

말차 활용은 빵에만 머물지 않았다. 도넛, 아이스크림, RTD(가공음료) 등으로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졌고, 유업·제과까지 말차맛 경쟁에 가세하면서 말차는 음료를 넘어 ‘맛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편의점에서 불붙은 말차 열기는 커피 프랜차이즈로 옮겨붙었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말차 수요가 늘면서 계절 한정 메뉴에 그치지 않고 상시 메뉴로 존재감을 키우는 한편, 말차 기반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말차 수요는 견조했다. 스타벅스의 ‘제주 말차 라떼’와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스타벅스는 올가을 한정 메뉴로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를 선보였고, 제주 한정 ‘인절미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와 ‘베르가못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스페셜 매장용 ‘말차 티라미수 라떼’ 등까지 더해 총 9종의 말차 음료를 내놓았다.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는 출시 5일 만에 30만 잔 판매를 기록했다.

연말 시즌에도 말차 신제품 출시는 이어졌다. 투썸플레이스는 홀리데이 시즌에 ‘말차 아박 홀케이크’를 새로 내놓고 연말 홀케이크 수요를 겨냥했다. 제과업계에서는 농심이 베이커리 스낵 브랜드 ‘빵부장’ 시리즈에서 말차맛 신제품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늘렸다.

주류로도 번졌다. 세븐일레븐은 말차 사케 ‘아키그린’을 연말에 맞춰 출시했다. 말차에 유자 풍미를 더한 저도주(6도)로, 말차 트렌드가 디저트와 음료를 넘어 주류까지 확장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말차의 롱런 배경으로 건강 이미지와 시각적 요소, 그리고 음료·디저트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은 점을 함께 꼽는다. 말차는 찻잎을 그늘에서 키운 뒤 찌고 말려 곱게 간 녹차 가루로, 잎을 우려내는 방식의 일반 녹차와 달리 찻잎 자체를 섭취하는 형태다. 항산화 성분과 아미노산(L-테아닌) 등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건강 이미지를 강화했고, 음료뿐 아니라 베이커리·디저트·가공식품으로도 활용이 쉽다는 점이 ‘롱런’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말차 열풍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말차 시장이 2023년 약 6조원 규모에서 2030년 약 1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최상급 말차를 생산하는 일본에서도 수출 물량이 늘며 원료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관심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6월 ‘말차’ 키워드 검색량은 약 8만3000여 회로 최근 3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말차를 특정 시즌을 겨냥한 이벤트성 상품이 아니라 음료·디저트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소재라는 평가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