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책임·투명 경영)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시중에 나와 있는 ESG에 관한 수십 권의 책, 매일 쏟아져 나오는 기사, 인터뷰, 칼럼 등을 읽어보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강의를 들어봐도 틀린 내용이 너무나 많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12년 이상 지속가능성과 ESG를 본격 연구하고 대학원에서 정규 과목으로 교육한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틀렸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몇 가지 내용들에 대해 지적을 하고자 한다.
첫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로 변했고, CSV는 ESG로 발전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CSR이 CSV로 발전했다는 말은 맞지만, CSV가 ESG로 발전한 것은 전혀 아니다. CSR와 CSV는 맥을 같이 하지만, ESG는 CSR·CSV와는 뿌리가 다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CSR이나 CSV가 ESG의 S와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CSR이 CSV를 거쳐 ESG로 발전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ESG로 발전했다는 말은 맞고, 중간에 MDG(UN의 새천년 발전 목표)와 SDG(UN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거쳤다고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각각 별개의 장기적인 발전 과정을 모르고, 최근의 드러난 겉모양만 보고 피상적으로 틀린 얘기를 하는 것이다.
둘째, 주주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발전했고, 이해관계자자본주의가 ESG라는 시각이다. 이것 또한 그렇지 않다. 주주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발전했다는 말은 맞지만, 이해관계자자본주의가 ESG는 아니다.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ESG에서 G와 유사하고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이해관계자자본주의를 ESG라고 하는 것은 틀린 얘기다. 주주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자본주의와 맥을 같이 하지만,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ESG와는 뿌리가 다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이해관계자자본주의가 ESG의 G와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주주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발전했고, 이것이 ESG와 같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것도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발전 과정을 모르고, 최근의 드러난 겉모습만 보고 틀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셋째, CSR이 CSV를 거쳐 ESG로 발전했고, ESG 다음은 SDG다. 최근 ESG 관련 어떤 포럼에서의 기조강연의 핵심 내용이다. 한마디로 황당한 내용이다. SDG는 유엔이 주도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이고 2016년에 시작해서 2030년이면 끝나는 것이다. 반면 ESG는 앞으로 수십년 이상 지속될 개념인데 ESG 다음은 SDG라는 엉터리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넷째, ESG경영의 무게중심이 'G'로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ESG 전문가가 ESG에서 G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가 한 말인 거 같은데, 얼토당토 않은 말이다. ESG경영의 무게중심은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는다. E·S·G 각각에 동일한 무게 중심이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
다섯째, ESG에서 S→E→G로 초점이 옮겨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것도 ESG 전문가가 기본을 모르고 한 틀린 말이다. 다른 전문가는 “ESG, E→S→G로 초점이 옮겨갈 것이다.”라고도 애기한다. ESG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지 않는 것처럼 초점도 옮겨가지 않는다.
여섯째, “ESG, 5년 후엔 새 용어와 흐름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것도 틀린 애기다. CSR이 CSV로 변한 것처럼 ESG도 뭔가 다른 용어로 변할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CSR이 CSV로 변한 것과 ESG는 전혀 다른 맥락의 얘기다. ESG는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메가 트렌드이며, 필자는 30년 이상도 지속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SG관련 과정을 운영하거나 강의나 저술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ESG 관련 틀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은 ESG의 뿌리인 지속가능성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ESG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지속가능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ESG를 바로 알게 하는 공익광고라도 하고, 국민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ESG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과 공공기관들도 ESG를 추진하기 앞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