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면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K쉴더스는 SK텔레콤이 지난해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한 투자회사격인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SK쉴더스는 오는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해 왔으나 지난 3∼4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게 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K쉴더스의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공모가 고평가와 구주 매출이 논란을 빚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상승 등 최근의 증시 주변 상황이 급변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수요예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SK쉴더스의 IPO가 좌절된 데는 높은 공모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SK쉴더스의 IPO 공모가 산정에는 공동대표주관회사로 NH투자증권,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 서울지점, 크레디트스위스권 서울지점이 선정됐고 공동주관회사로는 KB증권이 참여했습니다.
SK쉴더스의 1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1000~3만8800원입니다. 액면가는 500원입니다.
SK쉴더스는 공모가 산정에서 대표적인 경쟁기업이라 할 수 있는 에스원의 EV/EBITDA(기업가치/세금·이자지급전이익)가 5.85 배수인데 SK쉴더스의 EV/EBITDA에는 14.86 배수를 적용해 지나치게 높은 배수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공동대표주관회사와 공동주관회사는 SK쉴더스의 비교회사 선정에서 에스원, 안랩, 싸이버원, Taiwan Secom 등 4개사를 선정하면서 EV/EBITDA 적용 배수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SK쉴더스의 지난해 급증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EV/EBITDA가 적용해 SK쉴더스의 공모가 한층 더 부풀어졌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SK쉴더스는 2021년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액)이 1조5497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 당기순이익 1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3147억원, 영업이익 264억원, 당기순이익 226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SK쉴더스가 지난 2020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IPO를 추진했다면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22% 수준에 불과해 공모희망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SK쉴더스는 이번 IPO를 통해 2710만2084주를 공모하면서 신주 1445만4445주, 구주매출 1264만7639주를 적용한 것도 기관투자자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SK쉴더스는 지난 2년 4개월여동안 흡수합병과 사명 변경 등을 통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이번 공모에서는 신주 공모와 함께 구주를 시장에 팔려는데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들이 IPO를 하면서 구주를 매출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챙기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인식이 악화될 뿐 아니라 향후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들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는 SK쉴더스의 공모 철회가 공모가 부풀리기 관행에 경종을 울려주고 나아가 구주 매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반기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공모가 산정에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IPO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보면 시장의 눈높이에 따라 밸류에이션을 낮춰 공모가를 조정하거나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상장을 추진하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관망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