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해보험, 손해사정 자회사 설립…일감 몰아주기 논란 다시 불 지피나

캐롯손해보험이 손해사정 자회사 신규 설립에 나서면서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필 전망이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사가 계약자 혹은 수익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업무다. 이 제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 사실 확인과 손해액 산정을 통해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손해사정은 보험회사 직접고용(고용손사), 보험회사 업무위탁(위탁손사), 보험계약자가 선임(독립손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은 지난달 14일 이사회에서 손해사정회사를 자회사로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규 설립하는 자회사는 가칭 '래빗손해사정'이다. 래빗손해사정의 자본금과 총자본은 50억 원으로 캐롯손보는 이 중 48.62%를 약 24억3100만 원에 사들였다.

캐롯손보는 현재 자체적으로 손해사정업무를 처리하는데 대표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판매량이 증가한 만큼 손해사정 자회사를 따로 두겠다는 방침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를 측정해 탄 만큼만 매월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출시 1년 6개월 만에 가입 건수가 30만 건을 돌파했다.
캐롯손보 측은 손해사정 자회사 설립은 자동차보험 시장에서의 유연한 대응력 확보, 신형 모빌리티 보상 시장 선점, 대량의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규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나 물건 피해를 보상하는 대물과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에 대해 보상하는 대인보상 업무로 구분되는데 캐롯손보는 이 중 '대물보상업무'를 신규 자회사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3곳이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자회사를 한 곳씩, 손해보험업계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1~3곳을 보유해 총 7개의 보험사가 12곳의 손해사정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대부분의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

삼성생명이 올해 상반기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맡긴 손해사정업무는 총 위탁건수 149만1719건 중 145만1689건으로 97.32%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자회사인 한화손해사정에 99.79%를, 교보생명은 자회사인 KCA손해사정 100%를 위탁했다.

현행 손해사정제도는 자기손해사정을 금지하고 있으나 보험업법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둬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이 허용되고 있다. 문제는 손해사정업체들이 모회사인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심지어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성과지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해상은 지난 6월 자회사인 위탁 손해사정업자에 대한 성과평가지표(KPI)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험금 삭감액이 해당 지표 산출에 직접 반영되는 손해율, 실수리표준손해액, 부당청구조정실적 등의 항목을 반영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자회사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말라며 가이드라인을 하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삼성생명서비스손사는 요양병원 암 입원금보험 청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면서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지급을 전제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지난 2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DB손해보험이 손해사정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금감원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DB손보에 자회사 이외의 위탁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