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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중 40%의 꿈, 하나금융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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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중 40%의 꿈, 하나금융의 과제는?

2025년까지 비중 40% 목표…비은행 계열사 확충 의견 대두
세계를 연결할 GLN, 디지털 기반 세계 공략은 ‘현재 진행 중’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이미지 확대보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김정태 회장의 임기 만료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비중 40%라는 하나금융의 ‘대전략’이 표류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부문 성장세에 제약이 걸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

이에 하나금융은 기존 영업점을 통한 해외진출 대신 디지털을 통한 해외진출로 전략을 수정했다. 향후 글로벌 진출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M&A를 통한 비은행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순이익은 2017년 약 17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54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5000억 원을 시현했으며, 현재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해외 24개국 214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성과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글로벌 확대 전략에 기인한다. 김 회장은 타 경쟁사 대비 후발주자 임에도 해외 영토 확장에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전체 이익에서 해외사업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1.2%포인트 상승한 20%다. 이는 신한금융(10%), 우리금융(10.8%)의 두배에 달한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된 데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다.

◆M&A 통해 비은행 ‘몸집’ 확대 유력


가장 유력한 행보는 비은행 강화다.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누적 기준 36% 가량이다. 경쟁사인 KB금융(42.07%), 신한금융(39.55%) 수준이다.

이는 경쟁사의 M&A를 통한 비은행 확대전략에 기인한다. 최근 몇년새 KB금융은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 현대증권(現 KB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인수했다. 신한금융도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現 신한벤처투자), BNPP카디프손해보험 등을 인수했다. 출범 3년차인 우리금융도 급격한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이 선택한 방법은 자회사에 대한 자본 지원이다. 대표적으로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에 지난해와 올해 초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5000억 원씩 총 1조 원을 투입했다. 다만 하나금융은 전통적으로 보험·카드 부문에서 약세를 보였다. 비은행 M&A만 놓고 봤을 때 타 금융사 대비 소홀했던 만큼, 차기 회장 체제에서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선종 하나금융 상무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증권, 캐피탈 부문은 타 금융그룹 대비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카드·보험의 경우 아직까지 타 경쟁사에 못 미친다”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기회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되는 글로벌 진출, 영업점 대신 ‘디지털’로 공략

글로벌 진출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기존 영업 점포 확대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해외 진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진출 전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서비스인 GLN(Global Loyalty Network)이다. 글로벌 금융사, 유통사, 포인트 사업자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바일로 결제, 송금, ATM 인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핀테크 기반 자회사 GLN인터내셔널을 설립했으며, 지난달 1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라이선스도 취득했다. 기존 지급결제망(GLN) 서비스가 하나은행 예금계좌 중심이었다면, 이젠 타 금융사의 계좌로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졌다. GLN인터내셔널은 연내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 중이며, 창이공항을 기점으로 싱가포르 내 영향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왼쪽 세번째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황인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CEO, 이화수 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법인장, 김영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COO,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사진=하나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세번째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황인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CEO, 이화수 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법인장, 김영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COO,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사진=하나은행]

빅테크나 현지 디지털 플랫폼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하나금융은 지난 6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 ‘라인뱅크’를 출시했다. 라인뱅크는 국내은행이 빅테크와 협력해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첫 사례다.

또한 중국법인은 지난해 알리바바, 씨트립(C-Trip) 등 현지 플랫폼과 제휴해 전년 대비 11배 이상 증가한 순이익도 시현 했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베트남 지역에서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비대면 대출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GLN서비스는 범 금융권 계좌를 기반으로 국내 금융권간 연합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며 “현재 해외금융사나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도네시아 ‘라인뱅크’의 경우 현지 디지털뱅킹 분야 경쟁이 심해지는 속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간편 결제 계정 충전 기능, 사전 한도조회 서비스 등 차별화된 여신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