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가파르다.
금리 상승 속도 역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7월 4.5%였던 기준금리는 2008년 8월 5.25%로 올라 1년여 사이에 0.7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에서 올해 8월 2.5%로 13개월 만에 2%포인트나 올랐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 역시 2008년 8월 7.35%로 1년새 0.9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2022년 8월 기준 4.76%로 1년새 1.77%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폭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당시의 두배에 달한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과거와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충격적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에너지 등의 수입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무역적자는 4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105억달러 적자를 냈지만, 하반기에는 250% 이상 늘어난 374억5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올해 무역액(수출액+수입액) 대비 무역적자 비율 예상치는 3.3%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7.4%)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무역적자 비율 1.5%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정부는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힘이 부쳐 보인다.
실제,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은 1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 스와프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외환당국과의 통화 스와프 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증시 안정에도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하기 위해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말 조성된 것으로, 당시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의 금융사, 증권 유관기관 등이 출자에 참여해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2020년 4월 초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실제로 자금을 투입하진 않았다.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흡사 '회색 코뿔소(gray rhino)가 몰려오는 것'과 같은 위기 상황으로 보인다. 회색 코뿔소는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적으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더 큰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제 금융시장 등 대외 여건과 경상수지 흐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경제에 대한 평가, 해외 대체 투자 손실 확대 등에 따라 외화유동성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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