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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르기 전에 산다”… 서울 집값 상승세에 무주택자 ‘조급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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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르기 전에 산다”… 서울 집값 상승세에 무주택자 ‘조급심리’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전월세 물량 줄어 임대료 부담 급증
공인중개사 “거래절벽 속 전세 매물 사라지고 월세 전환 확산"
내년 입주 물량마저 감소 전망… 집값상승 우려 부채질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시장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되레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고강도 규제로 인해 전월세 물량이 줄면서 임대료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내년 입주 물량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고되자 ‘더 늦기 전에 사자’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몰릴 조짐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이 2배 가량 올랐던 규제정책 재연이 우려되면서 강남 집주인들 사이에 '문재인 시즌2'라는 우려가 고개 들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보다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전체로는 2.5%의 상승률이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수도권 집값이 2% 안팎으로 오를 것이라는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주산연은 “입주 물량 감소, 다주택자 규제 강화,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허가제 도입 등으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전월세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내년 서울 전셋값은 4.7%, 수도권은 3.8%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가 올 3분기 0.90으로, 통계가 공개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은은 “가계부채 관리로 주택담보대출이 억제되는 가운데도 자기자금 중심의 매입과 기대심리로 서울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무주택자들의 ‘매수 조급심리’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월 이후 ‘내년엔 더 오를 것 같다’며 대출 상담을 문의하는 실수요자가 급증했다”며 “특히 중저가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문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중으로 새로운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자체와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초 공급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효과가 단기간 내 체감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이미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책을 시행하고도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남은 수단은 보유세·거래세 조정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세제 개편은 6·3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월세 시장 불안 심화…“월세 폭등, 주거비 한계치”

전월세 시장의 불안도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41.7%로, 작년(31.4%)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특히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사례는 절반(49.3%)에 달했다.

전세보다 월세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3.29% 올라, 전셋값 상승률(3.06%)을 넘어섰다. 전세 대출 규제 강화로 월세 전환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지난달 130.2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계약 월세액은 지난해 평균 112만 원에서 올해 131만 원으로 16.3% 뛰었다. 같은 기간 신규 전세보증금은 10%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규제 강화로 갈아타기 수요가 막히면서 임차 수요가 늘고, 새 입주 물량도 줄어 전월세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절벽 속에서도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일부 단지는 월세 전환율이 20%를 넘기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는 월세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