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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가계·기업 상환능력 악화…은행 부실채권비율 2년9개월 만에 상승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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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가계·기업 상환능력 악화…은행 부실채권비율 2년9개월 만에 상승 전환

지난해 말 은행 부실채권비율 0.4%…전분기比 0.02%p↑

22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 앞에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2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 앞에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등하면서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의 상환 여력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0.40%로 전분기 말(0.38%)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부실채권비율은 2020년 1분기 말(0.78%) 이후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2년9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실채권비율이 상승 전환한 것은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은 10조1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4000억원(4.5%) 늘었다. 이 중 기업여신이 8조3000억원으로 전체 부실채권의 82.3%를 차지했다. 가계여신(1조7000억원)과 신용카드채권(1000억원)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52%로 전분기 말(0.50%)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여신(0.01%포인트↓) 은 소폭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여신(0.04%포인트↑), 중소법인(0.05%포인트↑), 개인사업자여신(0.03%포인트↑) 부실채권비율 모두 전분기보다 올랐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같은 기간 0.01%포인트 오른 0.18%였다. 가계여신은 주택담보대출(0.01%포인트↑)과 기타 신용대출(0.03%포인트↑) 모두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0.91%로 3개월 전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3조원으로 전분기(2조5000억원)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신규 부실채권은 기업여신에서 2조2000억원, 가계여신에서 7000억원 발생했다.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1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분기(2조3000억원)와 3분기(2조5000억원)를 거쳐 4분기 3조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은행들은 2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전분기보다 4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금감원은 부실채권비율이 오르긴 했지만 은행들이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아직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부실채권비율의 선행지표 격인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향후 기업・가계 취약 부문의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은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27.2%를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 규모 증가 등에 따라 전분기 말 대비 3.3%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