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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받아줘도 안 온다"…낮은 처우에 한은 전직자 재채용제도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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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받아줘도 안 온다"…낮은 처우에 한은 전직자 재채용제도 '유명무실'

재채용 제도 통해 한은 복귀한 직원 28년간 3명
2000년대 들어서는 복귀 직원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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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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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퇴사 후 외부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를 재유치하기 위해 전직자 재채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복귀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은의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이라는 명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처우가 원인으로 꼽힌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직한 한은 직원이 전직자 재채용제도를 활용해 다시 채용된 사례는 28년간 총 3건에 그쳤다.

전직자 재채용제도는 퇴직 후 외부기관 근무 경력을 보유한 자가 한은에 다시 재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로 1995년 11월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한은을 떠난 직원이 이 제도를 활용해 한은에 복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마저도 제도 시행 초기에 몰려있었고 1998년 1월 이후에는 한은에 복귀한 직원은 전무했다.

수원지점에서 일하던 A씨는 1996년 6월 퇴직 후 이듬해 3월에 다시 수원지점에 복귀했고, 감독기획국에서 근무하던 B씨는 1997년 4월 한은을 떠났다가 같은해 9월 재채용 제도를 통해 한은에 돌아왔다. 인력개발실에서 근무하던 C씨는 1997년 3월 퇴직했다가 1998년 1월 제도를 통해 재입사했다.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자 한은은 200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특히 2021년 12월에는 대상 직급을 3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퇴직 전 실근무기간을 10년 이상에서 6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나이 제한까지 없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현재까지 활용 사례가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은 퇴사자가 낮은 급여수준 등을 이유로 한은에 복귀할 유인이 적다는 점이다.

최근 한은은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는 등 인력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인력유출은 심화되는데 외부수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발한 경력직원은 총 49명으로, 채용 예정 인원 96명의 51%에 그쳤다.

한은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민간금융사에 비해 턱업이 낮은 임금이 꼽힌다. 한은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331만원이다. 이는 하나은행(1억1459만원), KB국민은행(1억1369만원), 신한은행(1억970명)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한은 임직원의 임금 인상률이 2%를 넘긴 경우는 2번에 불과했다.

한병도 의원은 "활발한 인적 교류를 위해 도입된 전직자 재취업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면서 "최근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은 인적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