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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돈잔치' '종노릇'…尹정부 과도한 은행 때리기 '투자자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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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돈잔치' '종노릇'…尹정부 과도한 은행 때리기 '투자자 이탈 우려'

은행주 급락 등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아… 우려감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나란히 설치된 시중은행 ATM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나란히 설치된 시중은행 ATM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올들어 은행에 대해 공공재, 돈잔치, 종노릇 등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은행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질타에 이어 최악의 경우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소위 '횡재세'가 부과될까 노심 초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식시장에서 은행주가 급락하자 "현장 목소리 전달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엔 선을 그었지만 외국인 투자자 이탈 우려 등 불안심리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손실을 봤다고 보전해주지 않는 것처럼 특정 시점에 높은 이익을 냈다고 추가적인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0월 3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공공재, 돈잔치, 종노릇 등 불편한 감정을 잇달아 드러내자 은행 투자자 이탈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밝혔다. 현장 민심을 전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경기가 악화돼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연초부터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문제 삼아왔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데 이어 2월엔 은행권의 과도한 성과급 문제를 겨냥해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부담 완화 방안을 연내 발표를 목표로 검토 중이다. 이 방안에는 은행권의의 고통분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최악의 경우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소위 '횡재세' 부과가 현실화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윤 대통령의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도입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국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관련 입법 논의가 속도가 나고 있어서다.

다만 은행권의 반발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은행권이 너무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비판이 잇따르자 가산금리 최대한 낮춰 마진을 줄이도록 노력했는데, 이제는 가계대출을 키웠다고 야단을 맞고 있다"면서 "정부의 은행권에 대한 불만은 어느정도 이해는 하지만 분명히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시장 상황이 변해서 이자를 많이 냈다고 횡재세를 내야 한다면 적자를 볼때는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냐"며 "최근 금감원장이 해외를 돌면서 '한국 은행주 등 금융회사들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데 사실 당국의 이런 행보가 만년 저평가 상황을 고착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횡재세 도입보다는 은행권의 사회적 공헌을 늘리는 정도로 정부의 압박이 끝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손실을 봤다고 기업이 손실을 메꿔주지 않는 것처럼 특정 시점에 기업이 이익을 봤다고 추가적인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