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등 여러 보험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으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ABL생명 인수를 검토하던 사모펀드 운용사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투자 의사를 접었다. 앞서 오션프론트파트너스는 BNK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BL생명을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BNK금융지주측이 포기하면서 발을 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ABL생명의 본입찰에 참여했던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PE 측도 현재는 인수 검토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KDB생명보험 5번째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사(KCV PEF)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이처럼 중소형 보험사들의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낮은 성장성과 부실한 재무건전성 대비 다소 높게 형성돼 있는 몸값에 있다.
KDB생명의 경우 하나금융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돼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으나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 추가적으로 투입해야 할 자금에 부담이 커 딜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KDB생명의 예상 매각가는 2000억원대로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들어가야 할 자금이 매각가를 포함해 총 1조 3000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MG손보 또한 낮은 재무건전성에 비해 매각가가 여전히 높고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MG손보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6월 말 기준 62.1%로 보험업법상 규제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MG손보의 예상 매각가는 2000~3000억원대로 인수 이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까지 합하면 최대 1조 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속되고 있는 사법리스크도 MG손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시장에 나와있는 롯데손보의 경우에도 3조원에 형성돼 있는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가 나온다. 시장에서 보는 롯데손해보험의 적정 매각가는 경영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 200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들의 몸값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로 인해 매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올해는 새 회계제도인 IFRS17이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보험사 대다수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몸값 또한 덩달아 치솟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계리적 가정 값을 자의로 설정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채권 금리가 들썩이면서 보험사들의 실적도 출렁일 수 있어 매물 가치 하락을 부채질 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금리상승으로 보험사들 운용 채권의 대규모 평가손실이 반영됐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가격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자 비은행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타진했던 금융지주들도 발을 빼고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분위기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또한 지난달 13일 영국에서 열린 투자행사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사 가격이 너무 높아 적정한 매물이 없다”며 “회계 제도 변경에 의해 증가한 이익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가격 거품 논란도 금융당국의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3분기를 기점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이드라인의 적용으로 보험사들의 실제 체력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주계열 보험사들의 순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가이드라인의 적용으로 부풀려졌던 보험사들의 실제 실적이 드러나게 되면 기업가치가 재조정되며 매각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몸값이 현실화되면 얼어붙었던 보험사 M&A 시장이 활성화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보험사들의 기업가치가 재조정된다면 비은행 강화를 원하는 금융지주나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 움직임이 지금보다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사들의 실제 이익을 가늠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몸값 현실화는 내년쯤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