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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손실 우려] 판매사-투자자 격돌…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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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손실 우려] 판매사-투자자 격돌…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

일부 고객 "불완전판매" 주장 금융당국에 민원
판매사 "강력한 금소법에 불완전판매 쉽지 않아"

중국 증시 부진으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증시 부진으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홍콩 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판매사와 투자자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사가 가입자에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지했는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강력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21년 시행되면서 금융상품 판매시 창구에서 50분 이상 설명하는 점 등 과거와 같은 불완전판매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과거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등 금융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까지 보호해줘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H지수의 급락으로 ELS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내달 1일까지 현장조사에 나서, 원금 손실 가능성 등 ELS 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주식 등 기초 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통상 만기는 3년으로 투자 당시보다 지수가 일정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 종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지수다. 손실 우려가 되는 상품은 2021년에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이다. 그해 홍콩H지수는 1만2000선을 돌파했으나 최근에는 60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021년에는 유동성 공급 확대에 힘입어 홍콩H지수도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 긴축이 가속화되고, 중국 경기 침체,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금융투자 부문 감독·검사 방향'에서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홍콩H지수 기초 ELS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해왔다. 홍콩H지수 급락 상황에 대비해 ELS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나리오별 투자자 손실규모 및 헤지자산 운용 현황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ELS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ELS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47조는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상품의 구조, 위험성, 손실 가능성 등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지만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ELS의 경우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므로,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은 금융 이해도가 낮고 투자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불완전 판매에 취약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DLF 불완전 판매 사건과 라임펀드 사태의 피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은 각각 48%, 46%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는 금융소비자법이 강화되면서 20% 이상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판매할 때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숙려기간 이후 가입 의사를 추가 확인하도록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ELS 손실 사태가 대규모 금융손실로 이어질 경우 향후 불완전 판매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분조위는 해외 금리연계형 DLF 판매로 인해 대규모 원금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최대 80%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배상비율을 산정하면서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를 적용하고, 은행 본점의 내부통제 부실과 초고위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각 20%와 5%를 추가로 반영했다. 또한, 라임무역금융펀드 사건과 옵티머스펀드 사건에 대해서는 판매회사에 대해 착오취소 법리에 따라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과거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는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투자자의 경우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불완전 판매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2013~2014년 사이 증권사들이 판매한 원유 DLS 사건에서 투자자들은 법원에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정보 확인서에 '성장형'이나 '성장 추구형'과 같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 성향을 자필로 명시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투자자 상당수가 ELS나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는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DLS와 구조가 유사한 ELS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경우 투자 위험성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대부분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