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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내년 글로벌은행 수익성 압박… 한국은 가계부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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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내년 글로벌은행 수익성 압박… 한국은 가계부채 부담"

금리 인상·경기 둔화, 글로벌 은행 '실적 악화'
국내은행, 부동산 PF·가계 부채 리스크 '경고'

지역별 은행 순이자마진. 사진=무디스이미지 확대보기
지역별 은행 순이자마진. 사진=무디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4년 글로벌 은행업계가 글로벌 예금감소, 채무 불이행 위험 증가, 수익성 압박 등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은행의 리스크로는 높은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지적했다. 특히 가계 부채는 지난 5년간 급증했으며, 고금리로 위험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현지 시간) 무디스는 '2024년 전망-긴축 재정 여건과 경기 둔화로 부정적'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과 선진국의 실업률 상승이 자산건전성 약화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시장,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서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은행들의 실적은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수익 증가와 투자은행 수익 감소로 인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무디스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은행은 높은 자금 조달 비용, 대출 둔화, 잠재적 채무 불이행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필요성 등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부 지역의 은행은 충당금 적립 비용을 늘리기 시작했으며, 긴축 재정 여건에 따라 충당금 적립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금리 인상이 순이자이익(NII) 증가에 기여했으나 2024년에는 금리 인상 중단과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유지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실업률 상승과 신용 하락으로 인해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더 엄격한 대출 규제로 대출 공급이 줄어들면서 NIM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내년 글로벌 은행업계는 예금이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통화 긴축 정책으로 현금·예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이는 예금 증가세가 둔화되고 일부 은행이 도매 및 비핵심 예금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럽에서도 고객들이 초과 저축을 줄이고 고수익 투자를 모색하면서 예금이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의 자금 조달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북미와 서유럽의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은행 예금 유입이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예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 이는 자금이 수시입출금식 예금(당좌예금·당좌수표·요구불예금 등)에서 정기 예금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은행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디스는 이러한 현상이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특히 한국과 호주의 가계 부채 수준에 주목했다. 한국 가계 부채는 지난 5년간 크게 증가해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고금리로 인해 위험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한국과 호주는 높은 가게부채와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문제와 관련된 리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계의 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이 점점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실업률 상승과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부실대출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한국,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은행의 주요 리스크로 부동산과 건설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를 꼽았다.

무디스는 부동산 기업의 상환 능력 약화와 가치 사슬의 파급 효과로 은행의 자산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베트남 은행은 중국과 한국 은행에 비해 직접 익스포저가 크고 완충력이 낮아 추가 부동산 시장 악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펠리페 카르발로 무디스 수석 신용 책임자는 "자금 조달과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은행의 자본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분산원장기술(DLT) 정책과 인프라의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새로운 기술 발전을 촉진할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은 채권, 외환, 자산 관리 등에서 자산 토큰화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 은행 성장세가 둔화되고 대손 비용 증가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위험 증가와 자산 성장 둔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 축소로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신규연체비율 상승과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봤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증가한 대출의 부실 위험,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신청 종료, 부도 시 손실률 상향 가능성이 대손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정책도 실적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상생금융 관련 비용 처리가 이르면 4분기 중 가능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은행의 실정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인 환급 지원 규모의 윤곽이 잡힐 경우 예상 캐시백을 충당금 또는 영업비용 형태로 선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4분기 중 상생금융 관련 비용 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4분기 중 많은 규모의 상생금융 비용을 인식하려는 노력이 예상되는데 이를 반영할 경우 은행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