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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제조업 기피… 플라스틱제조·용접·주조 인력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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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제조업 기피… 플라스틱제조·용접·주조 인력 태부족

한은 'BOK 이슈노트-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전국 16개 지자체 중 15개서 노동시장 긴장도 증가
제주·광주·강원·대전을 제외 12개 지역서 미스매치 확대
제조 현장직 기피와 돌봄 서비스 구인 증가 영향

지난 10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KB굿잡, 부산 잡(JOB)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KB굿잡, 부산 잡(JOB)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플라스틱제조, 용접, 주조 등 제조 현장직과 요양보호사 필요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3040의 제조업 기피현상과 고령화에 따른 요양보호사 부족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노동시장 수급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나빠진 것은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돌봄서비스 구인이 증가한 탓인데 인구구조 변화가 노동시장에도 본격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과 비교해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는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세종을 제외한 15개 지역에서 상승했으며 미스매치도 제주·광주·강원·대전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확대됐다.

노동시장 긴장도는 실업자 1명당 빈 일자리 수가 몇 개인지를 보는 지표로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양적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지수는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질적 측면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인분포와 구직분포 간 격차가 클수록, 매칭효율성이 낮을수록 지수가 상승한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팬데믹 이전 대비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진 것은(노동시장 긴장도가 상승) 대다수 지역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그 정도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됐다"며 "충남·경남 지역 노동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타이트해졌고 서울·제주·광주는 상승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제조 현장직 기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돼 온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현장직은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에서도 구직자가 감소해 인력 수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세부 직종별로는 화학(플라스틱제조 등), 금속(용접, 주조 등) 등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긴장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서비스 역시 구인과 구직이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구인이 더 크게 증가해 구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청년 인구 줄어드는 가운데 이들이 힘든 일까지 기피하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송 과장은 "제조 현장직에서의 인력 수급 불균형 심화는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나타난 공통 현상으로 40대 이하 연령층의 구직 감소에 기인했다.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만 아니라 40대도 제조 현장직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돌봄 서비스의 경우 구인이 4년 새 133.9% 증가했는데 60세 이상 인구 비중의 변화와 상관계수가 0.58에 달해 고령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인난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한은 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 업체들이 2019년 대비 2023년에 채용 정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이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했다. 특히 생산·현장·특수기능직의 경우 상당수 업체에서 채용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 기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돌봄서비스 구인난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요양보호사 인력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7년 기준 요양보호사 필요 인력 수는 75만5454명으로 공급 인력수(67만9775명)에 비해 7만5699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송 과장은 "제조 현장직 중 화학, 금속 등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의 경우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돌봄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인력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