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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 CEO 잦은 교체에 단기성과 ‘치중’…알리안츠는 125년간 CEO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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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 CEO 잦은 교체에 단기성과 ‘치중’…알리안츠는 125년간 CEO 9명

생·손보사, 평균임기 2~4년…해외진출 등 ‘큰 사업’ 제약
장수 CEO 넘쳐나는 외국계…최소 10년 이상 임기 보장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가 설립 125년간 단 9명의 CEO만 선임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한 건물에 걸려 있는 알리안츠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가 설립 125년간 단 9명의 CEO만 선임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한 건물에 걸려 있는 알리안츠 로고. 사진=로이터

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보험사 CEO 임기는 고작 2년에서 최장 4년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산업 특성상 보상 인프라 구축이나 해외 진출 등 긴 호흡이 필요한데 재임 기간이 짧으면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수 CEO가 많은데, 독일 알리안츠는 회사 설립 이후 125년간 단 9명의 CEO만 선임한 바 있다. 프랑스 악사 클로드 베베어 CEO는 2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27일 금융권과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국내 보험사 CEO의 재임 기간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4년 정도로 추산됐다. 이는 10년 이상의 장수 CEO가 많은 외국과 대조적이다. 특히 국내 CEO들의 짧은 임기는 해외사업 등 장기 비전을 가지고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글로벌 보험사들의 경우 CEO가 보유한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임기를 보장하는 편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순이익 비중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보다 훨씬 높다. 대표적인 글로벌 보험회사인 악사와 알리안츠, 도쿄해상 등 3개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에서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은 66%로 1%대의 우리나라 보험사를 크게 앞선다.

프랑스 악사의 경우 클로드 베베어의 취임 이후 해외사업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0년대까지 악사를 이끈 클로드 베베어는 강력한 리더십과 명확한 비전을 갖고 해외 인수합병(M&A)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그의 재임 기간만 무려 25년에 달한다.

악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보험그룹 중 한 군데로 성장했다. 작년 말 기준 1023억 유로(약 146조원)의 매출과 67억 유로(약 9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 51개국에 진출해 있다.

독일 알리안츠 역시 최장수 CEO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보험그룹이다. 알리안츠는 회사 설립 이후 125년간 단 9명의 CEO만 선임했다. 역시 해외사업과 관련해 안정되고 일관된 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슐터 놀러 회장과 마이클 디크만 회장은 각각 12년, 10년 이상을 CEO로 재임하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일본 도쿄해상도 설립 이래 해외진출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CEO를 선임하고 최소 5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장수 CEO가 일부 존재한다. 우리나라 보험사 중 CEO를 가장 오래한 인물은 올해 사임한 김정남 전 DB손해보험 부회장으로 재임 기간 13년 만에 직을 내려놨다. 지난 2020년 물러난 홍봉성 라이나생명 대표도 10년간 대표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다만 대부분 보험사 CEO들이 2년 미만에서 임기를 마치다 보니,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해외진출 같은 큰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 CEO 등 최고경영진의 임기가 단명이다 보니, 해외진출 사업과 관련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거나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실제 보험회사 CEO의 임기가 늘어날수록 단기 성과 추구 행위가 줄어든 분석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