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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3년만에 부회장직 폐지…부문 임원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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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3년만에 부회장직 폐지…부문 임원제 도입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이 3년 만에 부회장 직제를 폐지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하나·KB금융이 운영해 온 부회장 직제에 불편한 시선을 지속적으로 보내자 이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부문 임원 체제를 통해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개편에서 부회장 직제에 칼을 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박성호·강성묵 부회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앉히면서 기존 이은형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 3인 체제를 구축했지만 1년 만에 이를 허문 것이다. 다만 현 부회장들의 직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하면서 이들은 그룹 안팎에서 여전히 부회장으로 불리게 됐다.
기존 이은형 부회장은 △그룹글로벌부문 △그룹ESG(환경·사회·지배구조)부문 △그룹브랜드부문을 담당했고 강성묵 부회장은 △그룹개인금융부문 △그룹자산관리부문 △그룹CIB부문 △그룹지원부문을, 박성호 부회장은 △그룹전략부문 △그룹디지털부문 △미래성장전략부문을 맡아 왔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그룹손님가치부문'을 신설되면서 강성묵 부회장은 신설된 그룹 손님가치부문을 총괄한다. 또 손님가치부분 산하로 기존 사업부문 중 개인금융·자산관리·CIB 등이 편입되면서 지난해 이끌었던 대다수 사업 부문을 그대로 담당하게 됐다.

이은형 부회장도 글로벌·ESG·브랜드 등 기존에 맡았던 사업 부문을 계속 맡는다. 박성호 부회장은 1년 만에 임기를 끝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 부회장 직제 폐지는 금융당국의 날선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부회장 직제에 줄곧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지난 12일 이 원장은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금융지주가 있는데,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건 맞는다는 점에서 존중한다"며 "다만 그 제도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임 발탁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지주들은 후계를 위한 도구로 부회장 직제를 활용해 왔는데 사실상 차기 회장을 낙점하고 후계자 수업을 받게 하는 형태라 외부 출신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시 부회장에 있었던 양종희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랐고 부회장 3인의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KB금융도 부회장 직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차기 회장 인선을 끝냈다는 점에서 부회장 직제 폐지를 둘러싼 여파는 하나금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부회장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올랐고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경영승계 절차를 기존 관행보다 앞당겨 개시하라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조기에 지배구조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함 회장은 오는 2025년 3월 임기를 마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출신이 그룹의 수장을 맡는다는 가정 하에는 부회장 직제는 안정적인 승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 보다 장점이 많았다"면서 "사실상 '후계구도 가늠자'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