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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동] 尹정부서 임기만료 맞은 회장 6명 모두 줄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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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동] 尹정부서 임기만료 맞은 회장 6명 모두 줄교체

과거 10년가량 재임 관행… 윤 대통령·금융당국, 장기집권에 따가운 눈초리
KT·포스코 회장도 교체…주인 없는 회사인 '소유분산 기업' 새 수장이 대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 6명이 모두 자의 반·타의 반으로 물러났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이 수차례 연임하며 10년 가까이 재임했던 것이 관행이었지만 장기 집권에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면서 이런 관행은 산산조각 났다.

이는 윤 대통령이 '주인 없는 회사'로 일컬어지는 소유분산 기업에서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던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비판 의식과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개입이 점차 확대되면서 이들 기업의 '진짜 주인'인 주주이익 증대보다 정부의 신(新)관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윤석열 정부서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전무(全無)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정부 들어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부터 최근 김태오 DGB금융 회장까지 임기를 마친 지주회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연임을 포기한 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전 손태승 회장, KB금융 전 윤종규 회장, 농협금융 전 손병환 회장, BNK금융 전 김지완 회장까지 총 6명이다.

최근 DGB금융 안팎에선 김 회장이 재임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추진되는 등 경영 연속성을 위해 연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김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교체 수순을 밟았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뿐만 아니라 연임을 욕심내던 금융지주 회장들도 윤석열 정부 들어 모두 짐을 쌌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 최종면접 당일 돌연 퇴진을 선언하면서 금융권에 충격을 줬다. 조 전 회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고 설명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은행연합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했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초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에 도전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손 전 회장의 후임으로는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임종룡 현 회장이 추천됐다.

KB금융 역시 리딩금융·뱅크 탈환의 성과를 낸 윤종규 전 회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4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4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양종희 현 회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22년 12월 손병환 전 회장의 후임으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 현 회장을 선임했다. 앞서 같은 해 11월 BNK금융은 전 김지완 회장이 조기 사임한 뒤 부산은행장을 지냈던 빈대인 현 회장을 지난해 1월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 주인 없는 회사서 주인 노릇 바로잡는다

이들의 줄교체는 현 정부의 '주인 없는 회사'의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 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정부 투자 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이 작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일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집단화돼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으로 적극 개입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들 회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됐었다. 주요 금융지주를 비롯해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판 이사회를 열면서 문제가 됐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현 회장의 3연임 추진이 예상되던 시점에 캐나다에서 5박7일 이사회를 열며 경비를 6억8000만원이나 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결국 최 회장이 내부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3연임 도전이 무산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소유분산 기업은 아니지만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금융협회장이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부업계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임승보 현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일부 임원들과 회장 후보 투표권을 가진 이사회 멤버들을 데리고 5일 일정으로 괌을 다녀와 논란이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 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자신의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부협회 관계자는 "임승보 회장은 3연임 당시부터 4연임 의사가 없다고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면서 "해당 행사는 연초에 기획된 것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임원간 교류를 위해 진행해 왔다"고 해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