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행한 새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첫 결산 배당을 앞두고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변수로 부상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IFRS17 시행과 함께 새로 생긴 계정이며, 해지 시 고객들에 돌려줄 보험금이 부족하면 쌓는 ‘법정준비금’이다. 현재 준비금이 ‘조단위’를 넘는 회사가 많아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곤 배당 여력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IFRS17 시행으로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쌓아야 해서 배당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분석 업체 에프엔가이드가 분석한 보험사 실적 전망을 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생명 등 4개 보험사 2023년 순이익은 6조9290억 원으로 전년(6조2000억 원) 대비 11.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는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수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에 나선 만큼 배당 그 규모에 관심이 더 쏠린다. 업계 실적은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53개 보험사 누적 순이익은 11조422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2% 급증했다.
변수는 IFRS17 도입 이후 새로 생긴 ‘해약환급금 준비금’ 수준이다. 해약환급금은 고객들이 보험계약을 해약할 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다. 새 회계제도 IFRS17이 도입 이후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면서 기존에 책정한 해약환급금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게 됐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자본 내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별도 해약환급금 준비금으로 쌓고 이 금액은 배당으로 활용할 수 없다.
보험사별로 ‘해약환급금 준비금’ 수준을 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대해상이 3조6039억 원, 신한라이프 3조3188억 원, 한화생명 2조8396억 원, KB손해보험 2조7441억 원, DB손해보험 2조2673억 원 정도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이 유일하게 대응이 잘 돼 있어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경우 지난 2019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배당이 줄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9년 42.7%에서 2021년 24.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늘면서 배당수익률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표준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보험회사의 배당성향은 대개 50% 이상으로 주당 배당금은 일부기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도 해약환급금 준비금으로 인해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축소했다고 보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배당가능이익 산정 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세전 기준으로 제거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의 증가가 어렵다”면서 “이익잉여금 증가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증가가 크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