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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기업 밸류업' 기대에 고공행진... 관치금융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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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기업 밸류업' 기대에 고공행진... 관치금융은 '변수'

정부 저PBR 종목 부양 계획에 은행주 강세 지속
4대 금융도 총주주환원율 35%까지 상향
금융당국의 과도한 경영개입은 '변수'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각 사
'만년 저평가주'로 분류되던 은행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는 꿈쩍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발표하기로 하면서 중장기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세졌다는 점과 금리 인상 종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금융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은행지수는 장중 811.44까지 오르면서 800선을 넘겼다. 지난해 말 683.24였던 지수는 지난달 말 710.62까지 올랐다가 이날 800선을 돌파했다. 1개월여 만에 2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지수가 800을 넘긴 것은 2022년 4월 4일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KRX은행지수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와 BNK·DGB·JB 등 3대 지방지주 등 7개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제주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주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지난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주가 부양을 측면 지원하곘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정부는 이달 말 시가총액이 PBR 1배 미만 기업을 집중 관리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표적인 저PBR종목인 은행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들의 PBR은 신한금융(0.41배), KB금융(0.43배), 하나금융(0.40배), 우리금융(0.35배) 등으로 0.5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노력도 주가를 띄우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총주주환원율은 35%에 육박했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을 지난 2022년 33%에서 지난해 37.5%로 4.5%포인트(p) 높아졌다. 신한금융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전년 대비 6%p 상향한 36.0%에 맞췄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각각 32.7%, 33.7% 수준으로 전년 대비 5.3%p, 7.5%p 올랐다.

'깜깜이 배당'을 막고자 2023년 결산 배당기준일을 2월 말로 변경한 것도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 2023년 결산 배당기준일이 뒤로 밀리면서 올해 1분기 분기 배당까지의 시차도 축소됐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2월 말부터 3월까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결산배당도 받고 분기배당도 받는 '더블 배당'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지에는 이견이 있다. 올해 은행권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부실 사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스트레스 DSR 도입 등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PF 부실 등 악재가 적지 않다.

이번 정부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에 대한 강한 개입도 변수다. 지난해 초에는 고금리로 인한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직접나서 은행권에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고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 등 노골적인 단어를 써가며 은행권을 질타하자 은행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2조원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투자자들의 피해 보상 목소리가 커지자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는 아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규제했던 적도 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넘기지 않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라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외국인 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실적인데 은행주는 호실적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적이 많다"면서 "실적이 좋으면 주주들은 많은 배당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정부가 간섭해 배당을 막으면서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