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객이탈’·‘카드론 연체율’ 악화 예상
“누가 빚 갚겠나”…‘도덕적 해이’ 논란도 여전
“누가 빚 갚겠나”…‘도덕적 해이’ 논란도 여전

대부분이 2금융권 이용자인 이들이 신용회복을 통해 신용점수가 올라가게 되면 은행권으로 고객을 빼앗기게 되거나, 카드론 등으로 몰리면서 되레 연체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2금융권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부터 신용 대사면을 통해 최대 298만 명의 차주들이 금융 신용점수 등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사면 대상자들은 코로나19 속 일시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연체가 불가피한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다. 연체기록 삭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해져 앞으로 금융생활을 하는 데 편의성과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신용사면으로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고객이 시중은행으로 넘어가면 저축은행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용사면 조치로 인해 대상자 중 약 25만 명이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1금융권인 은행 대환대출이 가능하다.
실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06조25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줄었다. 수신 잔액도 110조7858억원으로 같은 기간 8.7% 감소했다.
카드사에서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한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중·저신용 차주들이 카드론 등에 재차 유입되면 되레 연체율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61%로 전달(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신용사면에 따른 저신용자 유입이 추가적인 건전성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금리나 문턱을 높이며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정부 조치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도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아온 차주들만 바보 된 셈”이라면서 “신용회복위원회 등 연체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잘돼 있는데, 오히려 역차별 불만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