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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가사·돌봄 인력난…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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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가사·돌봄 인력난…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2042년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수요의 약 30% 수준 그쳐
개인 간병인 고용하면 370만원 소요…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제시… 사회적 합의는 난항

2021년 5월 홍콩의 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필리핀 가사 노동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5월 홍콩의 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필리핀 가사 노동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도 현행 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여서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이수민 과장, 이하민 조사역은 5일 'BOK이슈노트 : 돌봄서비스 인력난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러한 문제는 향후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71만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42년에는 61~155만명까지 노동공급 부족이 전망되는데 이를 가족 간병으로 대응할 경우 2042년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문제는 돌봄서비스 비용부담이다. 돌봄서비스 일자리의 수급 불균형 심화 등으로 간병비와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은 최근 들어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간병비와 가사도우미료는 2016년에 비해 각각 50%, 37%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월 3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에 육박한다. 자녀 가구(40~50대) 중위소득 대비로도 6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육아 도우미 비용(264만원)도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상회해 자녀 양육 가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난과 비용부담이 심화되면 대부분의 요양원에서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반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거나 고가 요금이 책정돼 사실상 극소수만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대다수의 요양원은 인력난과 비용부담으로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인력만을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공공기관이 비영리로 운영하는 시설이나 추가 비용을 받는 프리미엄 요양원의 경우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나, 그 수가 매우 적어 대기인원이 정원의 17배에 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간병 부담이 여성한테 지워져 저출산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의 상승은 여성 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을 높여 젊은 여성의 퇴직 및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20~30대 여성의 경우 육아 수요가 많고 월평균 임금이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의120%(2022년 기준 약 300만원) 이하인 비중이 81.9%에 달하여 일자리를 포기하고 육아에전념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해법은 낮은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역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어서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서다.

이에 보고서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 이후 고용이 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내국인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타산업에 비해 낮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반영한 최저임금 적용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첨예해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