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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좁은문①] 인뱅 규제 풀었더니.. 신규대출 축소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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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좁은문①] 인뱅 규제 풀었더니.. 신규대출 축소 '도미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가게 앞에 대출 관련 광고지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가게 앞에 대출 관련 광고지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모든 금융업권에서 적극적인 대출 영업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담당하던 인터넷 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 규제가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대응에 모든 역량이 집중돼 중저신용자 대출 여력이 없는 상태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여신 잔액은 104조9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15조283억원)보다 11조원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계속되는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어서다.

올해 1월 중 가계신용대출을 총 3억원 이상 신규로 취급한 저축은행은 31개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79개사 중 약 39%만 신규로 고액 대출을 내준 셈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도 저축은행 여신 담당자들이 대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3분기 -28에서 4분기 -32로 낮아졌다. 대출태도지수는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음수일 경우 은행이 전반적으로 대출태도를 강화한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대출 수요가 줄었고 공격적 대출을 하기에도 건전성 우려가 크다"며 "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유치할 필요도 없어져 예금금리도 낮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이 본격적으로 대출 문을 닫은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고금리 장기화로 PF 부실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익성보다 건전성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로 공급했던 인터넷 은행들이 대출 문을 닫으면서 중저신용자가 대출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30% 이상으로 일원화하면서 규제를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인터넷 은행 3사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는 토스뱅크 44%,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였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은 카카오뱅크(30.4%)가 유일했지만 케이뱅크(29.1%)와 토스뱅크(31.5%) 역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대출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케이뱅크의 신용등급 1등급(신용점수 951점 이상)의 대출금리는 7.32%였던 반면 4등급(850점 이하)의 금리는 5.83%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1월 1등급의 금리는 5.20%로 낮아지고, 4등급은 7.30%로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PF 리스크 확대와 법정 최고금리로 2금융권에서 공급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를 인터넷 은행들이 담당했었다"면서 "올해 대출 수요가 줄기는 했지만 인터넷 은행의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중이 완화되면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저신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