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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도 ‘검사 출신’ 선호…사외이사 ‘법조·관료’ 비중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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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도 ‘검사 출신’ 선호…사외이사 ‘법조·관료’ 비중 40%

라임펀드 수사 지휘 ‘박순철 남부지검장’ 한화생명行
삼성화재도 성영훈 前권익위원장 등 사외이사 선임
법조·관료 출신 ‘비독립적’ 지적…경영 성과도 낮아

삼성화재 등 보험사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법조 출신 인물을 내세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삼성화재 서초사옥 입구 모습. 사진=삼성화재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삼성화재 등 보험사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법조 출신 인물을 내세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삼성화재 서초사옥 입구 모습. 사진=삼성화재 제공.
최근 보험사들이 전직 관료·법조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내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법을 보면 사외이사 선임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사 사외이사 40%는 ‘법조·관료’ 출신이어서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보험업과 관련성이 멀어질 수록 경영 성과와 독립성도 미흡해져 ‘전관예우’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보험업계 따르면 삼성화재와 한화생명 등 이달 주주총회에서 관료·법조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삼성화재는 오는 20일 주총에서 검사장 출신인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성 전 위원장은 1960년생으로 광주지검 검사장과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삼성화재는 작년 3월 주총에서도 김소영 전 대법관을 선임한 바 있는데 사외이사 4명 중 절반이 법률가다.
한화생명도 오는 21일 주총에서 박순철 전 검사장과 정순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 법조계 출신 두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박 전 검사장은 창원지검·의정부지검·서울남부지검 검사장으로 근무한 이후 현재 법무법인 흰뫼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남부지검장으로 재직하며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를 지휘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순섭 교수는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오는 22일 주총에서 손창동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한화손해보험도 오는 21일 주총서 법조인 출신 김정연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보험사 사외이사는 내부 자율 기준에 따라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간 법조·관료 출신 선임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외이사 선임 요건 역시 보험업에만 한정적인 게 아니라 산업 전체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폭넓게 적용한다. 삼성화재를 예로 들면 △금융업 사외이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실무 경험이나 전문지식 보유 여부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윤리의식과 책임성 보유 여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는지 여부 등 4가지 항목을 주요 조건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대게 ‘법조·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14개사, 13개사 등 총 27개사에서 근무한 사외이사의 경력을 살펴본 결과 전체 40%가 금융권과 관련 없는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전직 관료 등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계 및 연구계’와 ‘금융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각각 27%, 33%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전문성보다는 정관계 네트워크 구축이나 법적 분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보험사 사외이사는 출근이 정해지지 않은 비상근직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6500만 원에서 많게는 7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보험업의 경우 법조·관료 출신보다는 전문성을 지닌 학계·금융권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외이사와 관련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전직 관료, 정치인·법조인 출신 사외이사를 비독립적인 사외이사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이들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가치는 물론 성과 역시 부진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험회사 사외이사의 경력이 경영성과와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과 같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는 등 보험산업에서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서 충분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보유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