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첫 1100조 돌파… 3년만에 100조 늘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첫 1100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2월 1000조원을 돌파한 뒤 불과 3년 만에 1100조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고금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주택 경기 조정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증가폭이 지속 둔화될 전망이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2월에 1000조원대에 진입한 뒤 지난해 4월부터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3년 만에 1100조를 넘어선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고금리가 본격화됐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줄곧 감소세가 나타나다가 그 해 4월(+2조3000억원) 반등한 뒤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주담대다. 주담대는 지난달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2월 기준 역대 세 번째 증가폭이다.

전월(+4조9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조원이 넘는 규모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한 달 전 보다 2조7000억원 감소했다. 2월 기준 가장 역대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는 대출자들이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명절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을 상환했기 때문이다.

다만 계절적 요인으로 기타대출이 감소했지만 주담대 증가세가 여전히 강해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은은 앞으로 주담대 증가폭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3만1000호) 이 늘어나긴 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조정 흐름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은 주택경기의 향방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주택 매매 흐름이 1월에 튀긴 했지만, 10월 이후 조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주택 경기 불확실성이 높지만, 주담대는 일정 기간 낮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해 차주의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 DSR 도입과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원 차장은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도 갈아타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전체 가계대출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금융권을 포함한 전금융권 2월 중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1조8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대출 잔액이 6조5000억원 줄어든 이후 처음으로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은행권과 달리 2금융권은 주담대가 1조원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감소폭을 2000억원 확대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가계부채 흐름이 한은의 통화정책 판단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공개된 2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