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단독][티메프 사태] 1년 전부터 ‘티몬·위메프 셀러’에 대출 자제령 경고음

글로벌이코노믹

금융

공유
0

[단독][티메프 사태] 1년 전부터 ‘티몬·위메프 셀러’에 대출 자제령 경고음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금융사에 ‘매출채권’ 적극 양도
일부 금융사, 적자 등 불안한 건전성에 선정산 거절
"취급고 늘렸으면 ‘금융권’ 더 타격 받았을 것" 안도

티몬과 위메프 환불 지연 사태가 나흘째 지속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과 대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티몬과 위메프 환불 지연 사태가 나흘째 지속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과 대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부터 시장에서는 부실 징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적자인 티몬과 위메프만 유독 입점 셀러에 자금 융통을 지원하려고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와 협력해왔다는 것이다.

통상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마켓의 경우 입점 업체에 대한 매출채권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일부 금융사들은 신용도가 낮은 티몬과 위메프의 무리한 매출채권 양도를 우려해 ‘선정산 대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한 금융회사 A대표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작년 1년 전쯤에 (선정산 대출을) 취급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다”면서도 “다만 누적 적자도 심각하고, 자본잠식 상태다 보니,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진행하지 않았다”고 안도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누적된 게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그런 것도 아니었고, 자금경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선정산 대출을 취급을 확대했다면 금융기관도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티몬은 지난 6년간 5000억 원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아직 제출도 하지 않았다. 위메프도 같은 기간 3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산금 지연사태로 대출 상환이 불투명해지자,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을 포함한 선정산 대출 취급기관은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이커머스보다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선정산 대출이 유독 쉬웠다고 한다. 선정산대출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금융회사에서 판매대금(물건을 판매한 뒤 이커머스로부터 정산되지 않은 금액)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금융회사가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구조다.

그런데 네이버와 쿠팡 같은 거대 이커머스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에 매출채권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양도 과정도 번거로울뿐더러, 자체 선정산을 제공하는 것도 있어서다. 또 굳이 수익과도 무관한 사업에 참여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위메프나 티몬의 경우, 셀러들의 정산을 도와주면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A대표는 “위메프의 정산주기가 한 달이 넘어가니깐, 60일짜리 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금융회사에서 취급의향을 내비쳤고, 좀 번거롭더라도 매출채권을 양도한 것 같다”면서 “(선정산 대출이) 정산금 입금계좌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들이 승인을 해줘야 한다. 다른 이커머스보다 위메프·티몬이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도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채권을 취급하면서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재무상태가 불안정하긴 해도 이용자 규모로 6·7위권의 중상위권 업체가 설마 망하겠냐는 생각에 금융권 취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A대표는 “선정산 대출이라는 게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받는 구조다 보니, 차입자보다는 정산 주체인 이커머스의 신용도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매출채권 외에) 카드매출을 기반으로 선정산을 하는 곳도 많은데, PG사 중에서도 우량하지 않은 회사가 많아, 대부분 거른다”고 했다.

한편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당분간 선정산 생태계에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들도 “물론 선정산이야 지속하겠지만, 아무래도 이커머스 리스크가 불거지다 보니, 대출 심사 등 과정이 까다로워지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