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상자의 평균 진료비 증가율은 중상자 대비 4배 이상 높다. 이는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공정한 보상과 분쟁 해소 등을 위해 탑승자 부상 여부 판단에 충돌 시험 결과 등 공학적 근거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시험 진행은 보험금 지급 분쟁이 심각한 추돌 (15회)과 접촉(7회), 후진충돌(9회), 범퍼카(4회) 등의 사고를 재현해 MRI 검사를 진행했다. 시험에 참여한 탑승자들은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 탑승했고, 충돌 시점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안대와 이어폰 착용했다.
개발원 측은 자동차는 범퍼카보다 탑승자 보호 성능이 우수해, 속도변화가 비슷하면 자동차 탑승자의 부상위험은 범퍼카 탑승자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 역시 속도변화 8km/h 또는 12km/h 미만에서는 상해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탑승자의 경우, 시험 후 전문의 검진, MRI 촬영,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 등 다양한 진료를 받았지만 이상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상사고 시험에 참여한 53명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자동차 경상사고는 보험금 지급 분쟁과 함께 소비자 간 분쟁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시트 첨단화 등 자동차의 탑승자 보호 성능은 개선됐지만, 작년 자동차 사고 경상자의 평균 진료비는 지난 2014년 대비 140% 증가해 중상자의 평균 진료비 증가율 32%보다 4.4배 높았다.
다만 최근 법원에서도 공학적 분석에 기반한 상해위험 분석서 활용 사례가 늘고 있어 분쟁해소에 톡톡히 기여하는 추세다. 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미한 사고로 가·피해자 간 소송이 제기된 50건에 공학적 분석에 기반한 상해위험 분석서를 제시해 48건은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실제 판례를 보면 자동차 사고로 인해 범퍼커버 손상을 입은 A씨는 가해자인 B씨에게 6년간 치료 목적으로 무려 160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해당 사고 충격은 부상위험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서를 인용해 위자료 50만 원 지급 및 치료로 종결했다.
또다른 같은 유형의 사고로 무려 479일 간 통원 치료(약 1800만 원)와 지속적인 보상을 요구하던 C씨도 법원에서 ‘상해위험 분석서’를 제시하자 치료를 종결했다. 이밖에 사이드 미러만 손상된 사고에서 합의금 1000만 원을 요구했던 D씨도 상해위험 분석서가 제기되자 기적처럼 합의금 요구를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사고 시 탑승자의 부상 여부는 주로 의료적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으나 경미한 사고에서 주로 발생하는 염좌, 긴장 등은 MRI 등 의료적 검사로도 명확한 확인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의료적 검사는 사고 자동차 탑승자의 현재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는 있으나, 해당 사고와 부상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페인의 경우 공정한 보상과 가·피해자 간 분쟁 해소를 위해 공학적 분석으로 해당 사고에서 부상을 당할 정도의 충격이 발생했는지를 따져보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탑승자의 상해 여부 판단 시 의료적 소견과 함께 충돌시험 결과 등 공학적 근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보험금 특히, 진료비가 과도하게 증가하여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쟁 해소 및 공정한 보상을 위해 진료비 심사, 보험금 산정 시 공학적 근거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