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LTV 자료공유, 담합 아닌 시장조사 차원”…공정위 재조사에 은행 반박

글로벌이코노믹

“LTV 자료공유, 담합 아닌 시장조사 차원”…공정위 재조사에 은행 반박

우리·신한은행 현장조사…KB국민·하나은행 조만간
"담합 시도할 만큼 은행 자율성 없어"
공정위 제재 결정 시 금융당국 선조처 관측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 재조사에 나서자 은행권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서로 자료를 교환해 LTV 산정을 짬짜미했다는 것이 공정위 주장의 골자다. 이에 대해 은행은 LTV가 부동산 물건별로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거래 미흡 지역의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13일까지 우리은행·신한은행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조만간 현장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LTV 자료 7500건을 공유해 ‘대출 담합’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담보대출을 내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에 대한 비율로, 부동산 종류와 지역별로 값이 다르게 매겨진다.

4대 은행이 공유된 자료를 토대로 LTV를 낮은 수준으로 서로 비슷하게 책정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조건이 비슷하게 형성되면서 대출금리는 올라 은행의 이자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 차주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여력이 줄어 또 다른 대출을 끌어와야 한다.
이를 두고 은행권은 입을 모아 반박했다. LTV 산정은 은행별 경매낙찰가율, 실거래가 등 내부 기준뿐만 아니라 당국 규제를 받기 때문에 담합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LTV 산정 시 담합을 시도할 정도로 은행 자율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내부 기준에 더해 당국 뉘앙스와도 부합되는 비율을 마련해야 하므로, 매년 누적된 기준이 적용돼 담보대출 규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은행 간 자료 공유 또한 LTV가 개별 차주가 아닌 물건별로 산정되는 점을 고려해 가계데이터 정확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은행 측은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울 중심부 등 실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데이터 가계데이터 정확도가 높은 데 반해 오랜 기간 실거래가 없던 일부 지역의 물건에 대해선 데이터 재산정이 필요하다”며 “교차 검증 등으로 데이터 파악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LTV 하향이 은행의 대출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가 지목한 은행의 담합 기간은 대출총량제가 시행됐던 지난 2022년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LTV 최대한도로 대출이 나가므로, 돈을 구하지 못한 차주들이 신용대출 등으로 손을 뻗을 수 있어 대출총량 관리에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담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를 착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같은 해 11월 재심사를 결정했다.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면 이들 은행 과징금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기간에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다. 2022년 4대 은행 이자 이익은 고금리 여파로 32조7949억원에 달했던 시기다.

공정위 제재는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는데, 은행 측이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 등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제재가 결정되더라도 법적 절차가 착수되기 전 금융당국이 선행 조처하고 은행들은 당국 움직임에 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개별 은행의 의혹이 아닌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제재 대상자로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