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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달러’ 아마존 유치 뒤 숨겨진 NDA 파장… 루이지애나 공직사회 ‘입막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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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달러’ 아마존 유치 뒤 숨겨진 NDA 파장… 루이지애나 공직사회 ‘입막음’ 논란

제프 랜드리 주지사 취임 후 비밀유지계약 50건 급증… 전임 정부 ‘0건’과 대조
현대제철·메타 등 대형 프로젝트 ‘코드명’ 밀실 협상… “시민 알 권리보다 기업 비밀 우선”
AI 데이터센터 막대한 전력·수자원 점유에도 주민 감시 차단… 민주주의 ‘하청구조’ 전락 위기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아마존의 120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역대 최대 성과’로 홍보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 깔린 극단적 비밀주의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아마존의 120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역대 최대 성과’로 홍보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 깔린 극단적 비밀주의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아마존의 120억 달러(181560억 원)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역대 최대 성과로 홍보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 깔린 극단적 비밀주의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시장,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비밀유지계약(NDA)’ 서명을 강요하면서 공공 재정 투입의 투명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이다.

비영리 언론 루이지애나 일루미네이터는 지난 29(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제프 랜드리 주지사 취임 이후 최소 50명의 공직자가 경제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NDA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임 존 벨 에드워즈 주지사 임기 마지막 4년 동안 단 한 건의 NDA 서명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우리 시장님은 왜 침묵하나법적 자갈에 물린 풀뿌리 민주주의


루이지애나 북서부 슈리브포트의 주민 애비게일 휘팅턴 씨는 지난해 11월 마을에 거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고 시장과 지역 의원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창고형 시설로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모하며, 소음과 오염 등 주거 환경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을 포함한 그 어떤 공직자도 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침묵은 지난달 23일 아마존의 공식 발표 당일에야 ‘NDA’ 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제프 랜드리 주지사가 아마존의 12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기 전까지, 지역사회의 리더들은 ‘CONFIDENTIAL(기밀)’이라고 적힌 문서를 통해 기업명과 사업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상태였다. 휘팅턴 씨는 시민이 뽑은 대리인이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기업의 비밀 요원 노릇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제철·메타 등 대형 투자도 코드명밀실 협상… 법적 쟁점 부상


루이지애나 경제개발국(LED)이 주도하는 이 비밀주의는 아마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제철이 어센션 패리시에 건설하는 제철소 프로젝트나 메타(Meta)하이페리온데이터센터 협상 과정에서도 가혹한 수준의 비밀 유지가 요구됐다. 협상 중에는 프로젝트 곤도르’, ‘프로젝트 패스트 앤 퓨리어스같은 코드명을 사용하여 실체를 철저히 가렸다.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미국의 정보공개법(FOIA) 및 주의 선샤인 법(Sunshine Laws)’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 자금이나 세제 혜택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NDA에 묶여 의회 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니 맥코믹 주 하원의원은 권력자들이 평범한 시민들이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정조준했다.

전력·수자원 점유하는 데이터센터… 협상 무기인가, 민주주의 훼손인가


루이지애나 정부는 NDA가 기업 유치를 위한 협상 무기라고 항변한다. 수잔 부르주아 경제개발국 장관은 공공연한 정보 공개는 토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타 주와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NDA는 오히려 기업과 더 깊은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비밀주의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첫째, 전력 소비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백 MW(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사용하며, 이는 원전 1기 생산량의 상당 부분에 해당한다.

둘째, 수자원 점유다. 냉각을 위해 하루 수백만 리터의 물을 소모하며 지역 농업 및 생활 용수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세제 혜택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이 수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공 자원을 장기적으로 점유하는 구조임에도 정보가 차단되는 것은 주 정부 사이에 투자 유치 경쟁이 만들어낸 구조적 압박(race to the bottom)”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빅테크 기업들의 압도적인 협상력 앞에 지방 정부가 굴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시대의 보편적 정책 딜레마


루이지애나의 사태는 특정 주지사의 성향을 넘어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유치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나 일본의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 정책에서도 이와 유사한 효율성 vs 투명성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한 투자전략 전문가는 공직자가 기업의 경영 비밀을 지키는 수동적 태도에 머무는 순간, 민주주의는 주주 자본주의의 하청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모든 프로젝트는 최소한의 환경 영향과 재정 건전성에 대해 주민과 공유하는 투명성 가이드라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시대 지방 정부가 직면한 경제 개발은 과거의 공장 유치와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을 띤다. 단순히 자본을 끌어오는 머니 게임을 넘어, 지역의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적 합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빅테크의 화려한 투자 금액 뒤에는 에너지, 수자원, 세제 혜택이라는 막대한 공적 비용이 숨어 있다.

AI 시대의 성공적인 경제 개발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유치하느냐보다 얼마나 투명하게 지역 공동체와 합의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루이지애나의 사례는 빅테크의 투자를 갈망하는 우리 지방 정부들에게도 정책 신뢰와 행정 효율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묵직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