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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 리더십] 이찬우號 농협금융, 금리인하기 비은행 강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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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 리더십] 이찬우號 농협금융, 금리인하기 비은행 강화 승부수

NH투자증권·NH농협생명 등 주력 계열사 앞세워 실적확대 나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이미지 확대보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NH농협금융지주의 새 수장인 이찬우 회장이 금리 인하기를 기회로 삼아 4위 탈환에 나선다.

농협금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저금리 시기였던 지난 2020년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의 활약으로 5대 금융지주 중 은행 수익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을 제치고 최초로 연간 순이익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금리 인상기에 진입해 은행의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우리금융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듬해 다시 5위로 밀려났다.

지난 3일 농협금융의 새 수장이 된 이찬우 회장은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는 올해가 역전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일반적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둔화되는 데 아직 우리금융의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인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이 높은 농협금융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취임 직후 비은행 계열사부터 챙기는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은 다음달 초 NH농협생명, NH농협손보 등 보험 계열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달 12일 NH투자증권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현장경영이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 보다 먼저 NH투자증권을 찾았다. 경영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당부했다.

이는 이 회장이 은행보다 비은행 계열사가 '정체된 성장성'을 극복하고 5대 금융지주 중 순이익 4위 탈환을 위한 '핵심키'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이자수익 등 전통적인 수익원을 통한 성장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수립해 농협금융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손익기반을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농협은행의 성장성은 정체됐지만 비은행 계열사은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8070억원으로 전년(1조7805억원) 대비 1.5%(265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NH투자증권은 2023년 5564억원에서 2024년 6867억원으로 23.4%(1302억원) 급증했다. NH농협생명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1817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35.4%(643억원) 늘었다.

■ 비은행 계열사 성적표에 따라 4위 탈환 여부 판가름


이 회장이 취임하자 마자 비은행에 공들이는 이유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표에 따라 4위 탈환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낮춘 초저금리 시절 우리금융 보다 잘짜여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사상 첫 빅4에 올랐다.

지난 2020년 농협금융이 1조735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우리금융은 이보다 약 4000억원 적은 1조307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당시 우리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90%가 넘었고 우리카드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NH투자증권, NH손해보험, NH농협생명 등을 앞세운 농협금융에 속수무책으로 역전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은 금융그룹은 금리 인상기 등으로 은행업이 호황일 때는 호실적을 내지만, 반대일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 있어야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본격 금리 인상기가 시작되고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이들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였다.

농협금융도 농협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농업법에 따라 농업과 농촌 지원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4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우리금융은 2조5879억원 순이익을 낸 반면, 농협금융은 2조2919억원에 그쳤다. 2022년에는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3조1417억원까지 급등하면서 농협금융(2조2309억원)과 격차가 1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5일 경기 고양 소재 NH인재원에서 열린 '2025년 신년 농협금융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이미지 확대보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5일 경기 고양 소재 NH인재원에서 열린 '2025년 신년 농협금융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 금리인하기 본격 진입…올해부터 성장세 본격화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2월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진입하는 올해부터는 농협금융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연간 2조45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대비 11.4% 증가한 수치로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농협법에 따라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하면 2조8836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3조860억원 순이익을 거두면서 순익 격차는 2000~6000억원가량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우리금융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렸다. 인수합병(M&A)를 통해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투자증권 등을 그룹에 편입했고 ABL·동양생명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숙원사업인 보험업 진출도 앞두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의 ABL·동양생명 인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잘 갖춘 농협금융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농협금융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해 "지난해 전부문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특히 대규모 PF 주관에 따른 이익이 2025년에도 일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난한 연간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