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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해지·급전대출·소비위축… 가계경기 위협 '전조증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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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해지·급전대출·소비위축… 가계경기 위협 '전조증상 심화'

보험사 해약환급금 작년에만 57조 원…3년來 최대
불황형 대출 ‘카드론·보험계약대출’ 역대 최고 수준
외식·취미 등 소비활동은 넉달 연속 감소세
경기침체로 인해 불황형 대출 등이 늘면서 가계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소비자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침체로 인해 불황형 대출 등이 늘면서 가계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소비자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 해지와 ‘급전’ 성격의 카드론 규모가 늘어 경기침체 전조증상이 심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중 관세전쟁 ‘치킨게임’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소비 위축에 내수경기마저 위협받는 것이다.

13일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 등에 따르면 경기 불황으로 인한 보험 해지와 카드론 등이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경기를 위협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인해 보험 해지에 나선 소비자들은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의 보험 해지로 인해 돌려준 해약 환급금과 보험금 미납으로 인한 효력상실 환급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59조55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5조 원 규모와 비교하면 31%가량 급증한 수치다.

해약 환급금과 효력상실 환급금이 각각 57조3801억 원, 1조 6753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4.8%, 13%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비용항목으로 분류하는 보험부터 해지했다는 분석이다.
불황형 대출로 분류하는 보험계약대출 잔액 역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계약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71조 6000억 원으로 전년(71조 541억 원) 대비 6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68조 원)보다도 3조 원이나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현재 보유 중인 보험계약의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받는 대출이다. 심사 절차가 없고 차주의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아 주로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이용한다. 보통 해약 환급금 50~90% 선에서 납부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해준다.

같은 성격의 카드론도 지난달 43조 원을 돌파하며 가계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 원으로 전월 이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물가 및 생활비 부담 증가로 서민층 급전 수요가 카드업계에 집중됐다는 해석이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과 카드값을 내지 못해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환대출 잔액은 1조6843억 원으로 1월 말(1조6110억 원)보다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613억 원으로 전월(7조522억 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경기 하락에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외식과 취미활동에 대한 소비가 급감하는 추세다.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및 음식점업 카드승인실적은 11조21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3.7%)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카드승인실적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취미활동과 관련된 소비도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카드승인실적은 9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0억 원(9.0%)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사정이 안 좋아지니깐 지출 항목을 최대한 아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다만 보험의 경우 섣불리 해지하기보다는 납입유예 제도 등을 통해 일시적인 잠궈둘 수도 있으니 보험료가 부담될 경우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