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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수수료 수술] 가입자 절반 3년 내 해지…주요국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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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수수료 수술] 가입자 절반 3년 내 해지…주요국 ‘꼴찌’

보험가입 2년 이후부터 계약 유지율 50%대
싱가포르·일본·미국 등 80~90%대 유지
과도한 성과 구조 지목…금감원 개편 예고
보험업계의 과도한 성과체계가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러스트=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업계의 과도한 성과체계가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우리나라 보험 가입자 절반이 3년 내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보험 유지율이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것이다. 특히 보험 가입 3년차부터 유지율이 절반까지 떨어져 10명 중 5명 정도가 보험을 해지했다. 보험 설계사들이 제대로 된 ‘보장 설계’보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 설계사 성과체계 개선에 나서 보험계약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미국과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과거 체결된 계약 중 정상 유지되고 있는 계약의 보험료 비율이다.

우리나라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작년 말 기준 1년(13회차) 87.5%로 양호한 편이지만, 2년(25회차)부터 69.2%로 떨어지고 약 30%의 계약이 2년 내 해지됐다. 이는 싱가포르 96.5%, 일본 90.9%, 대만 90.0%, 미국 89.4% 등 주요국 2년차 유지율과 비교해 가장 뒤처진다.

특히 수수료 선지급이 끝나는 3년(37회차) 유지율이 50%대로 하락했고 5년(61회차)부터는 46.3%로 떨어졌다. 보험업권별로 보면 2년 유지율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각각 68.9%, 69.6%로 비슷했지만 3년차부터는 생보사의 유지율이 48.8%로 급락했다.
손보사는 61.1%로 60%대를 지켰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지난 2021년 저금리 시점에 가입한 저축성 보험 해지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장기 유지율의 경우에도 설계사 채널보다 온라인(CM) 채널을 통해 고객이 직접 보장을 설계했을 때가 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우리나라 보험 유지율이 낮은 배경으로는 모집 시장의 ‘성과 구조’가 지목된다. 보험업계는 오랜 기간 보험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계약 초기에 집중 지급하는 고(高)수수료 선지급 관행을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설계사들은 계약 체결 직후 1년 안에 전체 수수료의 대부분을 수령하게 되며, 이후 계약 유지·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보험계약이 일정 기간(13회차)만 유지되면 설계사에게 지급할 수수료는 대부분 소진되고, 장기 유지 유인 역시 약화되다 보니 조기 해지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도 수수료 개편 등을 통해 설계사의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당국 관계자는 “선지급 수수료 지급한도를 부여하고 다년간 분할 지급하는 유지·관리 수수료를 도입해 유지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