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선호도 높은 DB형, 증권사 3년 수익률이 은행 앞질러
증권사 적립금 점유율도 오름세…퇴직연금 실물이전·금리 하락 영향
증권사 적립금 점유율도 오름세…퇴직연금 실물이전·금리 하락 영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50조원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최근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최근 1년 비보장 DB형 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7%, 증권사 6.34%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비보장 DC형과 IRP 수익률 역시 각각 6.1%, 6.4%로 증권사(6.0%, 6.3%)와 비슷한 수준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여파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한 은행권이 올해 들어 비보장형 상품을 확대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은행권의 비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이 제고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말 2399.49 올해 한때 3237.97까지 올라왔다.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장기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사가 은행을 소폭 앞서고 있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증권사 수익률이 은행을 앞질렀다.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제주은행을 포함한 은행 12곳의 수익률은 평균 2.90%로, 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 13곳의 평균인 3.58%를 밑돌았다.
IRP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우리·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 14곳의 평균(3.61%)이 은행 12곳의 평균(2.90%)보다 높았다.
퇴직연금 시장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투자에 쏠려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7000억원 중 원리금 보장형이 82.6%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45조6284억원까지 증가한 가운데, 증권사의 적립금 비중이 25%까지 올라왔다. 증권사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과 수익률 모두 경쟁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본격화한 데다, 최근 시중금리 하락에 은행의 퇴직연금 정기금리 매력도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일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다만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정치권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다. 퇴직연금의 기금화를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발의된 가운데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논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상 수익률 제고가 어렵다는 점에서 과거에서부터 도마에 올랐었다”면서도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시 운용 주체 모델에 변화가 생겨 상당한 시간,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