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리인서 금융회사로…GA, 수수료 협상권까지 부여 논의
협상력 쏠림 땐 중소 보험사 위축·시장 양극화 우려도
전문가 “배상책임보험·자본요건 강화·단계적 전환 필요”
협상력 쏠림 땐 중소 보험사 위축·시장 양극화 우려도
전문가 “배상책임보험·자본요건 강화·단계적 전환 필요”

금융당국은 현재 GA를 보험사의 대리인 지위에서 독립시켜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과 자격을 갖춘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다.
15일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GA에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GA는 보험사의 대리인 지위를 벗어나 독립된 금융회사로서 보험상품을 실질적으로 판매·관리하는 주체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GA가 현재 위탁계약 구조로 보험상품을 ‘대리’ 판매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이 전속 채널을 앞지르는 등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나 부당승환계약 발생 시 법적 책임이 불분명하고, 본사 차원의 내부통제·배상제도가 없다는 점은 문제라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 전반에 구조적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대형 GA가 협상력을 바탕으로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 보험사는 이를 수용하기 위해 총사업비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렇게 늘어난 판매비용은 보험료 산정에 반영돼 결과적으로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GA의 협상력이 대형사에 쏠리면 중소 보험사들은 수수료 경쟁에서 밀려 상품 설계·판매 전략이 위축될 수 있고, 일부 GA가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1차 배상책임까지 떠안게 되면 피해보상 능력 부족으로 소비자 구제가 지연되거나 누락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 밖에 GA의 권한과 영향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공정 경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고객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도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의 유사 제도들을 보면 협상권과 배상책임을 분리해 운영한다. 일본의 대형 특정보험모집인은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지만 협상권과 법적 1차 배상책임은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의 독립금융상품자문업자(IFA)는 소비자에 대한 1차 배상책임을 부담하지만 수수료는 보험사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보험사와의 협상력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협상권과 배상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려는 만큼, 해외 사례를 단순 이식하기보다는 국내 여건에 맞춘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단순한 수수료 고지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되는 공시체계를 마련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GA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요건을 부과하고, 예기치 못한 손해 발생 시에도 소비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